[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뚜껑을 열고 속살을 보니 약체가 아니었다. 슈틸리케호의 아시안컵 두 번째 상대인 쿠웨이트는 만만치 않았다. 호주의 간담을 서늘케 한 공격은 꽤 날카로웠다. 다만 뒷문이 헐거웠다.
쿠웨이트는 9일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개막전에서 호주를 1-4으로 졌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이후 3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2000년 대회 이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쿠웨이트로선 또 다시 쓴 맛을 볼 위기에 처했다.
쿠웨이트는 오는 13일 캔버라에서 한국과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어느 정도 높긴 한데 아주 높지는 않았다. 못 넘을 산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쿠웨이트는 지난 8일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에서 125위에 올라있다. 이번 대회 참가국 가운데 15위다. 아래에는 북한(150위) 밖에 없다.
↑ 쿠웨이트의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실점을 했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구멍이 뻥 뚫렸다. 사진=AFPBBNews=News1 |
짧은 준비시간 속에 쿠웨이트는 첫 판을 졌다. 하지만 2골차 패배만큼 기본 전력이 그리 약하지 않았다. 말룰 감독의 전략 미스가 있었을 뿐.
쿠웨이트는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펼쳤는데 말룰 감독의 승부수였다. 알 무트와(카드시아), 나세르(카즈마) 등 경험 많은 공격수를 제외한 파격적인 베스트11을 내세웠다. 밀집수비로 호주의 공세를 차단한 뒤 발 빠른 선수를 전방에 두고 역습을 펼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후반 들어 알 무트와, 나세르 등을 조커로 투입해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것.
쿠웨이트는 경기 시작 8분 만에 세트피스로 선제 득점을 터뜨렸다. 한 번의 역습으로 코너킥을 얻더니 바로 골을 만들었다. 호주의 허를 찌른 조직적인 세트피스 플레이가 돋보였다.
그렇지만 그 한 골을 지킬 능력이 없었다. 쿠웨이트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라인을 끌어내리고 수비를 더욱 강화했다. 그렇지만 호주의 파상공세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위험지역에 수비 숫자는 많으나 공간이 적지 않았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나아가는 빌드업이 전혀 안 됐다. 걷어내기에 급급하니 번번이 위기를 초래했다. 위험지역에서 볼을 뺏기는 경우가 많았다. 불안하던 쿠웨이트 수비는 부실함을 지우지 못했다.
전반 33분과 전반 44분 연속 실점을 했다. 패턴은 같았다. 오른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골문 앞에 있던 케이힐(뉴욕 레드 불스)과 루옹고(스윈던 타운)가 마무리를 지었다. 쿠웨이트 수비수가 더 많았지만 막지 못했다.
동점골 이후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렸다가 한방을 얻어맞은 쿠웨이트는 후반 들어서도 정신을 못 차렸다. 후반 14분과 후반 15분 결정적인 위기를 맞더니 후반 17분 페널티킥을 세 번째 실점을 했다. 주전 수비수 파델이 부상으로 빠지니 수비는 더욱 흔들렸다. 알 무트와, 나세르를 교체 카드로 쓰기도 전에 승부가 기울었다.
쿠웨이트는 종료 직전 트로이시(줄테 바레헴)에게도 실점하며 무려 4골을 허용했다. 레키(잉골슈타트)와 번즈(웰링턴 시드니)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힌 걸 고려하면 더 많은 실점을 할 수 있었다. 뒷문은 너무 헐거웠다.
하지만 알 무트와, 나세르의 가세로 공격라인이 본격 가동되니 꽤 날카로웠다. 후반 26분 파하드 알 에브라힘(카드시아)의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고, 7분 뒤에는 호주 수비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알 무트와가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호주전 대패로 탈락 위기에 몰린 쿠웨이트다. 한국전에서는 호주전과 다르게 초반부터 공격적인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알 무트와, 나세르도 교체가 아닌 선발로 뛸 것
그러나 수비는 견고하지 않았다. 쿠웨이트는 최근 A매치에서 무실점이 많지 않았다. 빠른 패스 플레이에 중앙과 측면이 쉽게 뚫렸으며, 제공권도 취약했다. 한국으로선 쿠웨이트 수비를 무너뜨린 쿠웨이트의 모범답안을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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