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제가 원래 이런 얘기는 잘 안 하는데….”
박용택(36‧LG 트윈스)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의미심장했다. 지금껏 눌러 참았던 후배들을 향한 조언들이다. LG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어린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박용택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박용택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았다. 2002년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줄곧 잠실구장을 지켰다.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잔류 선택으로 우리나이 마흔까지 ‘LG맨’으로 남았다. 박용택은 새로 시작하는 2015시즌부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를 통해 경험도 쌓였기 때문에 이젠 우승을 할 때가 됐다”고 했다.
↑ LG 트윈스 선수단이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했다. 박용택이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곽혜미 기자 |
박용택을 비롯해 이진영, 정성훈, 등 베테랑 타선의 타율은 3할 걱정이 없다. 이병규(9번)도 지난해 부상으로 부진했으나 언제나 위협적인 타자다. 지난해 이병규(7번)까지 3할6리로 살아나 안정적인 상위 타선을 구축했다.
문제는 젊은 선수들이다. 2할5푼 전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고질적인 숙제다. 정의윤과 오지환 등 잠재력은 분명히 있는데 좀처럼 터지질 않는다. 팀 타율이 해마다 저조한 것도 타선의 불균형 영향이 컸다.
박용택이 후배들에게 전한 메시지도 이 때문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서다. “어린 선수들이 정말 커야 된다. 선수들에게 쓴 소리는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인터뷰에서 진짜 절대 이런 얘기 안 한다. 그런데 정말 많이 커야 된다. 이렇게 야구해서는 안 된다.” 진지했다.
박용택은 선수들의 연습량을 탓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제. “연습을 열심히 하는 과정? 프로 선수라면 과정은 당연한 것이다. 열심히 하고 못하는 사람보다는 열심히 안 하더라도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결과를 내야 하는 게 프로니까.”
박용택이 정말 안타까운 것은 베테랑들의 나이가 이미 마흔을 향하고 있다는 것. “잠실구장을 쓰면서 나나 진영이, 병규 형, 성훈이 이런 선수들이 장타력으로 이때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쌓은 것이 아니다. 더 정확하고 정교한 타격으로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이다. 결국 우리가 뭔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위에 4~5명 제외하고 밑에 4~5명이 올라와 줘야 팀 타율도 올라갈 수 있다. 35살 이상 선수들이 다 3할 이상 치고 있는데….”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났다.
왜 잠재력이 터지지 않는 것일까. 한참을 고민한 박용택의 대답은 “모르겠다”였다. 웃음. 이어 “그런 게 있다. LG만의 압박감이 있다고 하더라. 다른 팀에 있다가 들어오는 선수도 그렇고 여기 있다가 나간 선수들도 그렇고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딱 설명을 할 순 없지만 LG만의 압박감, 부담감 이런 게 있다’고 한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고참들) 때문에 부담을 갖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못할 순 없지 않나”고 말했다.
박용택은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도 어릴 때 몇 년간 될 듯 말 듯한 선수였다. 예전에 나도 경험을 다 했던 것들이다. 2007년과 2008년에 김용달 코치와 연구하고 뜯어 고치며 정말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타율은 엉망이었다. 2군도 처음 가 봤다. 야구선수가 아닌 것 같았다.”
2009시즌을 앞둔 당시 김용달 코치는 “용택아, 미안하다. 2년 동안 너를 올려줬어야 했는데 너를 망친 것 같다. 올해는 편안하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라고 했다.
이후 박용택은 정말 자신이 치고 싶은 대로 쳤다. 그해 타율 3할7푼2리를 찍었다. “정말 미친 듯이 맞았다. 정말 공이 와서 맞는 것처럼. 2~3주 정도 치면서 ‘내가 이렇게 바뀌어 있네’라고 느꼈다. ‘용달이 형이 매일 얘기했던 건데 내가 지금 이렇게 치고 있네. 이제 됐다’라는 생각을 했다.”
박용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바뀌어 있었던 것. “2년을 버렸는데 지나고 보니까 버린 게 아닌 게 된 거다. 뭔가 타격에 대해 정립이 되더라. 지금도 그때 고생했던 큰 틀은 변함이 없는데 계속 응용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김용달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래서 박용택이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선수들 스스로 느끼고 깨야 한다. 그게 어렵다. 지금은 우리가 갖고 있는 걸 다 가르쳐 준다. 별로 신뢰를 하지 않는
LG는 지난 16일 미국 애리조나로 떠나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지난해 팀 타율 최하위였던 LG의 타선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까. 열쇠는 젊은 선수들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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