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늪 축구’, 슈틸리케호의 새로운 별명이다. 무실점 행진은 계속됐고 아시안컵 준결승에도 올랐다. 치열한 접전에서 승리를 지켜냈고,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신들린 선방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잘 싸웠다. 그러나 마냥 웃기엔 한국의 늪에는 허점이 많았다. 55년 만에 우승을 위해선 긴급보수가 필요해 보인다.
단판 승부로 벌어지는 토너먼트다. 지면 끝이다. 작은 실수도 치명적이다. 토너먼트에서 중요한 건 공격보다 수비다. 골을 넣는 것보다 골을 내주지 않아야 한다. 그 면에서 한국의 수비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골 가뭄도 문제나 흔들리는 뒷문이 더 문제다.
우즈베키스탄전 플랫4 수비는 곽태휘(알 힐랄),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김진수(호펜하임) 등 호주전과 같은 멤버였다. 아시안컵 들어 처음으로 같은 조합을 들고 나왔다. 그 동안 매 경기 수비라인의 변화가 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 4명에 대해 현재 가용 가능한 자원 가운데 ‘최적’의 조합으로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 골키퍼 김진현(왼쪽)이 22일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전반 17분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막아내고 있다. 사진(호주 멜버른)=AFPBBNews=News1 |
조별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실점 수비를 펼쳤으나 매번 결정적인 위기를 맞이했다. 김진현의 선방이 없었다면 ‘3승’도 불가능했다. 일찌감치 짐을 쌌을 지도 모른다. 위험지역에서 실수를 범하거나 공격수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전반 4분 만에 로빙 패스 하나로 나시모프(파디데흐)의 돌파를 놓치더니 전반 6분과 전반 17분 위험지역에서 수비수 숫자가 더 많았음에도 잇달아 우즈베키스탄 공격수에 대한 방어가 느슨했다. 후반 18분에도 라인 컨트롤 미스로 오프사이드 트랩이 뚫리면서 식겁한 상황을 연출했다.
골키퍼와 1대1 상황만 두 번이었다. 그 가운데 이를 모두 막아낸 김진현이다. 최후의 수비수로서 임무를 120% 수행했다. 수호신이 따로 없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가장 빛난 태극전사였다. 기성용(스완지 시티), 손흥민(레버쿠젠), 이근호(엘 자이시) 보다 더 반짝반짝 빛났다. 이번 대회 최고의 소득이라고 할 정도로 김진현은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No.1’ 골키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아이러니하게 김진현이 빛이었다면, 수비진은 어둠이었다. 김진현이 빛날 수 있는 무대장치라고 할 수 있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주인공을 만들어 줄 필요는 없다. 1경기도 아니고 4경기나 그랬다.
운 좋게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후반 33분 투라에프(로코모티브 타슈겐트)에게 노마크 헤딩 슈팅 공간
준결승 이후 상대는 우즈베키스탄보다 더 강하다. 공격의 파괴력도 더 세다. 더 강한 상대를 이겨야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 상대를 질리게 만들, 빈틈없는 늪 축구를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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