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스페인 프로축구에 ‘바르셀로나’발 태풍이 불고 있다. 메시의 FC 바르셀로나이냐고? 천만에.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클럽 RCD 에스파뇰이다.
에스파뇰이 발렌시아에 이어 세비야마저 집어삼켰다. 에스파뇰은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인 코르네야 엘 프랏에서 열린 2014-15시즌 코파 델 레이 8강 1차전에서 세비야를 3-1로 이겼다.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한 에스파뇰은 1주일 뒤 원정 2차전에서 1골차로 패하기만 해도 준결승에 오른다. 준결승 진출 시 2005-06시즌(결승서 사라고사를 4-1로 꺾고 우승했다) 이후 9시즌 만이다
이변이었다. 세비야는 최근 스페인에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 더 잘 나가는 클럽이었다.
지난해 12월 1일 프리메라리가 그라나다전 5-1 대승 이후 공식 10경기 연속 무패(9승 1무) 행진을 달렸다. 지난해 12월 15일 에이바르와 0-0으로 비긴 게 유일하게 못 이긴 경기였다. 가파른 오름세였다. 최근 5경기에선 딱 1실점만 하면서 11득점을 했다.
↑ 에스파뇰은 23일(한국시간) 세비야와 2014-15시즌 코파 델 레이 8강 1차전에서 3-1로 이겼다. 세비야의 10경기 연속 무패(9승 1무) 행진에 제동을 걸면서 준결승 진출의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 사진(스페인 바르셀로나)=AFPBBNews=News1 |
그렇게 잘 나가는 팀에게도 어려웠던 에스파뇰 원정이었다. 에스파뇰은 세비야를 거세게 몰아붙이더니 완승을 거뒀다. 점유율에서 37%-63%로 뒤졌으며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유효슈팅 9-4로 에스파뇰의 창끝이 더욱 날카로웠다.
에스파뇰은 전반 18분 만에 펠리페 카이세도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앞선 2경기에서 팀의 3골을 모두 책임졌던 카이세도는 이날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어 후반 29분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후반 36분 루카스가 연속골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세비야는 후반 46분 카를로스 바카의 만회골로 영패를 면했다.
코파 델 레이 16강에서 발렌시아를 잡더니 8강에서 세비야마저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상위권 팀도 덜덜 떨게 만들고 있는 에스파뇰이다.
그만큼 에스파뇰의 홈 텃세는 무시무시했다. 에스파뇰은 올 시즌 홈에서 가진 공식 13경기에서 8승 3무 2패를 기록했다. 승률 73.1%로 매우 높다. 시즌 초반 주춤해서 그렇지, 지난해 11월 30일 레반테전(2-1 승) 이후 홈 7경기에서 6승 1패를 기록했다. 홈 개막전에서 세비야에게 패했던 것도 깨끗하게 설욕했다.
세르히오 곤잘레스 에스파뇰 감독은 웃음꽃이 폈다. 세비야전 승리 이후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우린 매우 파워풀했고 좋은 경기를 펼쳤다. 정말 행복하다”라며 “세비야에 한 골을 내줬지만 전혀 애석하지 않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에스파뇰은 준결승에 오를 경우 말라가-빌바오전 승자와 맞붙는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모두 피했다. ‘3강’ 중 살아남은 팀과 결승에서나 만난다. 대진운이 따른다. 말라가와 빌바오는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에스파뇰로선 9시즌 만에 코파 델 레이 우승을 도전할 기회다. 코파 델 레이 우승은 2010-11시즌 이후 3강이 나눠가졌다. 그 판을 깨트릴 유력후보로 떠오른 에스파뇰이다.
프리메라리가 우승 레이스에도 에스파뇰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에스파뇰과 시즌 첫 대결에서
4위 세비야를 쫓는 5위 발렌시아도 에스파뇰 원정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코파 델 레이 16강 탈락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았다. 스페인축구 판을 뒤흔들고 있는 에스파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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