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번에도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었다. 박주영(30)이 또 유니폼을 벗었다. 알 샤밥과 계약을 해지했다. 무적 신세가 된 그는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날 것이다. 하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이다. 그에겐 다시 한 번 ‘실패’의 낙인이 찍혔다.
알 샤밥은 6일 박주영과 계약 해지를 공식 발표했다. 가나 출신 수비수 모하메드 아왈을 영입해 외국인선수 등록도 마쳤다. 박주영은 자유계약선수(FA)로 공시됐다. 새로운 팀을 찾기 전까지는 경기를 못 뛰는 축구선수가 됐다.
일방적인 결별 통보는 아니다. 보통 구단과 선수 상호 합의 아래 계약을 해지한다. 박주영은 첫 중동 생활에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영은 2005년 프로 데뷔 이래 한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알 샤밥도 박주영의 활약상이 만족스럽지 않다. 7경기(선발 5회) 1골 1도움은 기대에 걸맞은 성적표가 아니다. 알 힐랄과 데뷔 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이후 침묵이 길어졌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 알 샤밥과 계약 해지한 박주영은 어디로 향할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유럽 무대에서 계속 도전하고 싶었던 박주영은 결국 우회적으로 알 샤밥행을 택했다. 유럽 재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알 샤밥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박주영과 알 샤밥의 동행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불행’에 가까웠다.
박주영은 새로운 팀을 물색하고 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알 샤밥과 계약을 해지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병역 특례 대상자인 그는 축구선수로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무적 기간이 길어질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디가 됐든지 머지않아 새 직장을 구할 것이다.
초점은 새로운 팀이 아니다. 박주영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번번이 쓴맛을 보고 있다. 반복되면서 실패의 아이콘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박주영은 지난 2011년 8월 릴이 아닌 아스널을 차기 행선지로 결정한 다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리그컵 볼턴전에서 1골을 넣은 게 전부였다. 셀타 비고(스페인), 왓포드(잉글랜드)로 임대 이적해 활로를 모색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완전 이적은 없었다.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한 아스널도 미련없이 방출했다. 이적료 한 푼도 챙기지 않았다.
내림세 속에 국가대표팀 입지마저 좁아졌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그는 예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논란 속에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박주영은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다. 중동 킬러로 불렸던 그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 킬러는 총을 잃어버렸다.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실패다. 한 곳에 머무는 시간마저 짧아지고 있다. 박주영의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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