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도전자’다. 이정협(상주)과 동등한 위치가 아니다. 어느새 입지를 다진 이정협의 뒤를 쫓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면, 저 뒤에 김신욱(울산), 이동국(전북), 조영철(카타르 SC), 이근호(엘 자이시) 등이 따라가고 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슈틸리케호에서의 첫 기회는 절박하기만 하다.
지동원이 뉴질랜드전 ‘선봉’에 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3월 A매치 2연전에 2명의 공격수를 소집했다. 지동원과 이정협이다. 이정협은 지난 27일 우즈베키스탄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 25분 만에 부상으로 쓰러졌다.
국내 A매치 첫 선 치고는 짧은 ‘쇼 케이스’였다. 이정협은 치료를 마치고 팀 훈련에 다시 합류했다. 그러나 다음 기회는 지동원에게 돌아갔다. 지동원은 31일 뉴질랜드전에 최전방 공격수를 맡는다. 얼핏 고르게 한 차례씩 기회를 부여받은 것처럼 보인다.
↑ 지동원(왼쪽)은 31일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원톱’ 이정협의 아성에 도전한다. 사진=MK스포츠 DB |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이정협은 슈틸리케호에 확실히 입지를 다졌다. 백업 공격수에서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이달 A매치 2연전에 다시 승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당당히 발탁됐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전을 통해 이정협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현재로선 이정협은 부동의 최전방 공격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뉴질랜드전에 원톱을 실험한다고?”라고 묻더니 “그렇지 않다. 난 지금까지 이정협의 활약에 매우 만족한다. 우즈베키스탄전의 교체 아웃은 부상이라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정협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깔린 발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어 지동원의 현 위치를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내 전술에 선수를 맞추는 게 아니라 선수에 내 전술을 맞춘다’라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난 항상 선수들이 가장 잘 뛸 수 있는 포지션에 기용한다. 지동원에게 직접 물어보니 최전방 공격수를 선호한다고 하더라.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지동원이 그 위치를 맡을 수 있다 하니 한 번 기회를 주는 것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대표팀에서 주로 미드필더로 활용됐던 지동원이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 밑에서 원톱으로 시험 받기를 희망했다.
또한, 그는 “빌드업 과정에서 1선은 물론 구자철(마인츠), 손흥민(레버쿠젠), 한교원, 이재성(이상 전북) 등 2선의 플레이 마무리가 중요하다. 매번 골을 넣으라는 게 아니라 스로인, 프리킥, 코너킥읠 유도해 공격 흐름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얼핏 냉혹한 말이지만 지동원에게 지나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에 가깝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층을 두
현실은 냉정하다. 그리고 차갑기만 하다. 지동원은 도전자다. 의외로 단단한 이정협의 아성을 흔들어야 한다. 이번이 끝은 아니지만 다음 기회가 언제 찾아올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동원의 결의대로 이번에는 마무리를 지으며 지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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