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17년 만에 열린 여자축구 국내 단일 A매치다. 단순히 그 의미만 큰 게 아니다. 두 달 뒤 캐나다에서 개최하는 2015 여자월드컵을 겨냥한 평가전이었다. 사상 첫 승 및 16강에 도전하는 윤덕여호가 꿈과 희망, 그리고 자신감을 키우는 무대였다. 그 점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러시아와 평가전이었다. 과제도 많긴 했지만.
한국이 또 러시아를 이겼다. 한국은 8일 오후 4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러시아와 두 번째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전반 21분에 터진 조소현(현대제철)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6분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의 추가골이 터지며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 한국은 러시아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1-0, 2-0으로 모두 승리했다. 사진(대전)=김재현 기자 |
과제는 분명 있었다. 윤덕여 감독의 자평대로 한국은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패스 정확도 향상 및 체력 단련이라는 과제를 안았다.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까지 저하돼 의도한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또한, 골 결정력 강화라는 큰 과제도 남겼다. 첫 경기에서 슈팅 수 12-1로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고도 1골에 그쳤다.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는데 사흘 뒤도 다르지 않았다. 전반 14분과 전반 17분, 정설빈은 지소연이 만들어준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 30분과 전반 36분에도 러시아 수비가 흔들리는 사이 기회를 엿봤으나 골은 터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성과도 컸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었다. 러시아는 캐나다 여자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으나 1999년과 2003년 대회 8강에 올랐다. 캐나다 여자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도 7승 1무 2패를 기록한 유럽의 강호다. 지난해 A매치 성적도 6승 1무 1패로 매우 우수했다. 그 1패는 세계최강(1위)의 독일에게 패한 것이다.
그 러시아를 연파한 한국이다. 분위기 반전이다. 지난달 키프로스컵 부진도 말끔히 씻었다. 한국은 키프로스컵에서 11위를 기록했다. 1승도 벨기에와 11위 결정전에서 승부차기로 이긴 것이다.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잇단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는데 이번 연승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한국은 러시아를 압도했다. 창의적이고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로 러시아 수비를 흔드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100% 몸 상태는 아니었음에도 지소연과 박은선(로시얀카)의 투톱 효과도 컸다. 충분히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엿봤다.
또한,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 A매치 7경기 연속 실점을 하다가 러시아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잇달아 무실점을 기록했다. 위험 지역에서 몇 차례 패스 미스도 있었지만 큰 위기 상황은 없었다. 중국 4개국 친선대회 및 키프로스컵에 비해 한결 안정된 수비진이다.
↑ 한국은 러시아와 두 차례 평가전에서 1-0, 2-0으로 모두 승리했다. 사진(대전)=김재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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