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12일 현재 순위표를 보자. 넥센이 끝에서 두 번째 있는 걸 빼고는 시즌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가을야구 후보로 꼽힌 삼성, NC, SK, 두산이 모두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가장 당연하지만 가장 의아한 건 삼성일 터. ‘슬로 스타터’ 이미지가 강했던 삼성이다. 시즌 초반 죽을 쓰다가 슬슬 더위가 찾아올 때쯤 무섭게 치고 올라갔는데, 올해는 11경기 만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삼성은 강하다. 5연승을 내달렸다. 4월 둘째 주 성적표가 ‘전승’이다. 4월 들어 딱 두 번 졌다. LG에게만.
삼성의 ‘질주’가 무서운 건 ‘독주’이기 때문이다. NC, SK 등이 바짝 쫓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삼성이다. 먹잇감 KIA를 상대로 가볍게(!) 연승을 거둔 삼성의 저력은 무시무시했다.
지난 8일과 9일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특히, 지난 9일 대구 KIA전에서 삼성은 일찌감치 경기를 끝낼 기회가 있었다. 잔루만 16개를 기록했다. 스스로 찬밥 신세로 만들더니만 하루 만에 홈런 두 방으로 깔끔하게 승기를 잡았다.
↑ 삼성은 9승 3패로 단독 선두다. 어느새 5연승이다. 매번 이기지만 류중일 감독(오른쪽)은 뭔가 아쉬운게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연승을 하고 1위에 올라있어도 사람 욕심은 줄지 않는다. 류중일 감독은 뭔가 아쉬운 내색을 표했다. 이기고 또 이겨도.
삼성은 선발투수가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있다. 3실점 이하보다 중요한 건 최소 6이닝은 책임진다는 것. 마운드에 부하가 걸리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에서는 차우찬(7이닝), 안지만, 임창용(이상 1이닝) 등 3명의 투수만 가동했다. 선발야구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 다른 9개 구단의 시샘이 클 수밖에 없다.
타순도 돌아가며 화력 시범을 펼치고 있다. ‘요즘 참 못 치네’라는 핀잔을 들었던 김상수, 박한이는 보란 듯이 맹타를 휘둘렀다. 빈틈이 없다. 채태인이 1군 등록 하루 만에 옆구리 부상으로 빠져도 무게감은 줄지 않고 있다. 누군가를 거른다고 뾰족한 답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한 야구인은 그런 삼성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대놓고 말해 ‘되는 집안’이다. 뭐랄까, 여유가 느껴진다. 선수단 내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고, 설사 지더라도 내일 이기면 된다라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마운드가 흔들려도 실점 그 이상으로 득점을 한다. 약점이 없지 않겠지만 이를 다 메우고 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칭찬과 호평이 가득한 가운데 흥미로운 건 류중일 감독의 반응이다. “(예년에 비해)너무 빨리 1위에 올라간 것 아니냐”라며 흡족해 했다. 그렇지만 1위 팀으로서도 만족보다 불만족이 큰 류중일 감독이었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속마음이다.
“야구가 어찌 보면 간단하다. 투수가 잘 던지고 타자가 잘 치며 수비가 잘 하면 이긴다. 타격 페이스가 주춤한 걸 빼면 선발진이나 불펜 모두 잘 돌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감독 욕심이란 게 끝이 없다. 더 잘 던지고 더 잘 치길 바란다.”
다른 9개 구단 감독이 들으면 섭섭할 듯 하나, 류중일 감독은 더 잘 하는 야구로 이기고 싶을 뿐이다. 그의 말대로 박한이와 박석민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