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이진영의 역전 끝내기 홈런으로 이긴 지난 1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직후. 야구장을 빠져나가는 LG 선수들은 이들을 기다리던 팬들에 둘러싸여 사인과 사진 공세를 받았다.
그러나 이날 3안타로 맹활약을 한 신인 선수를 알아보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사인 공세도 아직 남들 이야기. 이 신인 선수는 조용히 야구장을 빠져나가 홀로 집으로 향했다. 대졸 신인 박지규(24)다.
↑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1사 두산 정수빈의 땅볼타구를 잡은 LG 박지규가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박지규는 올해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 지명된 대졸 신인이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뒤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 10일 1군 엔트리에 다시 이름을 올린 박지규는 잠실 더비 3연전 큰 무대에서 프로 데뷔 첫 선발 출장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박지규는 아직 프로 무대가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당차다. 까다로운 타구가 많이 가는 2루수 포지션을 맡고도 아직 실책을 기록하지 않았다. 박지규는 “수비는 타격보다 부담이 덜했다. 실책 없이 해내서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박지규의 곁에는 베테랑 내야수 손주인이 있었다. 바짝 긴장한 박지규의 부담을 덜게 하기 위해 두산과의 3연전 내내 수비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줬다.
박지규는 수비보다 타격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1군 무대는 그의 몸을 굳게 했다. 박지규는 “사실 맞히는 건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코치님들이 자꾸 잘 친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더 부담이 되더라”며 “2군에선 타이밍이 잘 맞았는데 확실히 1군은 느낌이 달랐다. 타석에서 부담이 많았다. 긴장을 안 하려고 해도 몸이 먼저 반응을 하고 있었다”고 설?��프로 첫 경험을 회상했다.
두산전 3안타 경기는 그에게 특별했다. 박지규는 “운 좋게 행운의 안타가 나왔다. 첫 안타 이후에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다. 부담도 조금 덜었다”며 미소 띤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지금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기회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팀이 이기는데 내가 조금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LG는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들쭉날쭉 하다. 그래서 유망주들을 번갈아 기용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박지규의 발견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때론 수정된 시나리오에서 대박이 나올 때가 있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LG 박지규가 안타를 치고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