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승리의 아이콘’ 류제국(32)이 돌아온다. 토종 에이스의 귀환이다.
지난 24일 오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 류제국이 두 번째 실전 등판을 마친 직후였다. 몰라보게 홀쭉해진 모습. “진짜 많이 빠졌네요?”라는 한 마디에 “그럼요, 10kg을 뺐는데!”라고 자신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시즌 종료 직후 108kg이던 몸무게가 97kg으로 줄었다. 극한의 다이어트 덕분. 시즌 종료 후 수술대에 올랐던 류제국은 재활과 함께 체중 감량에 들어갔다. 스스로 대견할 정도로 땀을 흘렸다. LG 유니폼을 입은 뒤 가장 힘든 사이판 전지훈련이었다고.
↑ LG 트윈스 투수 류제국이 복귀를 앞두고 승리 요정의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서민교 기자 |
류제국이 살을 뺀 건 외모 관리 때문이 아니다. 무릎 수술 후유증을 없애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식단 조절을 하며 저녁을 굶었다. 지금도 저녁에는 탄수화물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다이어트 효과는 만점이었다. 생활 습관까지 완전히 바꿨다. “예전엔 귀찮아서 미루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다. 게으른 습관을 완전히 버렸다. 저녁을 안 먹으니까 배고파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생활 습관의 변화는 크다. 선발투수라면 루틴에 있어서 훨씬 유리하다.
습관의 변화는 몸도 바꿔 놨다. 수술 이후 두 차례 퓨처스리그 선발 등판에서 경험했다. “2경기를 던지면서 예전과 달리 안정된 느낌을 받았다. 편하게 던질 수 있고 던지고 나서 근육이 뭉치는 것도 덜하더라. 수비할 때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예전에는 좀 늦었는데 지금은 빠르다.” 류제국은 첫 실전 등판서 3이닝 무실점, 두 번째 등판서 5이닝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류제국은 재활에서 복귀까지 진행 속도가 순조롭다. 오히려 예상보다 1~2주 정도 빠른 페이스다. 재활은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다. 류제국은 스스로 이겨냈다. 재활과 다이어트는 견딜 수 있었지만, 정말 힘든 건 따로 있었다.
시즌 개막을 했는데 잠실구장 2만여 관중 앞에 설 수 없다는 것. “야구가 하고 싶었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난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걸 못하니까.”
류제국과 우규민의 공백은 젊은 투수들이 잘 메웠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조기 강판을 당한 경우도 있었고, 대량 실점을 하기도 했다. 밖에서 보는 류제국의 심정도 교차했다. “공백을 잘 채워주고 있어 고맙다. 그런데 미안한 마음도 많다. 선발이 많은 이닝을 책임지지 못해 중간투수들에게 미안하고, 임지섭은 아직 어린 선수인데 더 완벽할 때 올라오지 못하고 부담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
류제국은 1군 복귀까지 사실상 마지막 실전 등판 1경기만 남겨뒀다. 28일 경찰청과의 퓨처스리그 선발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1군 콜업 가능성이 높다. 류제국은 “부담과 불안, 설렘과 기대가 교차한다”고 했다.
“지금 선발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어서 내가 올라가 더 못 던지면 어쩌나 하는 부담감은 당연히 있다. 나보다 더 좋은 투수가 있으면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게 프로고, 야구다.”
“그래서 동기부여가 된다. 더 준비를 잘해서 보여줘야 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내 자리는 내가 지키겠다.”
복귀를 앞둔 류제국은 2년 전 처음 LG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설 때와 비슷한 감정이 든다고 했다. 등판 시기가 다가올수록 아직 준비가 덜 되고 부족한 마음이 앞선다는 것. 그러나 류제국은 2013년 한국 무대 데뷔 시즌서 12승2패로 승률 1위에 올랐고,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올 시즌 목표도 뚜렷하다. 지난해 10승(9승7패) 실패에 대한 반성과 각오였다. “작년과 재작년 차이는 빅이닝 위기를 막느냐 못 막느냐의 차이였다. 첫해는 완벽하게 막자는
“올해는 다시 점수를 안 주는 피칭을 할 것이다. 위기관리 능력에 중점을 두고 빅이닝 위기가 오더라도 최소 실점을 하는 것이 목표다.”
지긋지긋한 겨울을 지나 이제야 류제국의 봄이 왔다. 그는 “다시 승리의 아이콘이 되면 좋겠다”며 ‘승리요정’의 미소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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