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지난 15일 잠실구장 LG 트윈스 라커룸. 침체된 팀 분위기 속 밝은 표정의 한 선수가 등장했다. 올 시즌 두 차례 1군 등록이 됐으나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우완투수 최동환(26·LG)이었다.
최동환의 한 마디는 짠했다. “어제 투수들 중에 줄이 그어져 있지 않은 투수는 저밖에 없더라고요.”
LG는 지난 1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12회 연장 무승부 경기를 치르며 7명의 투수가 나섰다. 투수 엔트리 중 유일하게 나오지 못한 투수가 바로 최동환이었다.
그래도 마냥 해맑다. “저 준비는 항상 다 돼 있어요.”
↑ LG 트윈스의 우완 기대주 최동환의 5월의 어느 날은 달콤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최동환은 지난 2009년 신인 2차 2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기대가 컸으나 2년간 보여준 것이 없었다. 데뷔 시즌 38경기에 등판해 1승1패 3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7.07의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 이듬해도 단 1경기 2타자 상대가 등판이 전부.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3년 팀에 돌아왔으나 자리는 없었다. 지난해 단 1경기 등판한 것이 끝이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최동환은 소위 ‘뜨는 영건’이었다. 양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의 칭찬 세례를 받았다. 이유는 확 달라진 제구였다. 150㎞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였지만, 제구력이 문제였다. 1군 기록지에서 사라졌던 사이 제구를 잡았다. 양 감독도 “신기할 정도로 제구가 좋아졌다”고 했다. 최동환은 “낮게 더 낮게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이를 악물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 15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이었다. 선발투수 임정우가 5회초 2사 1, 3루 위기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5점을 뽑은 SK 타선은 기세가 올라 있었다. 간절하게 기다리던 최동환의 첫 상대는 정상호였다. 5구 헛스윙 삼진. 추가점을 막았다.
이후 최동환은 6, 7회 연속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완벽투를 펼
LG의 우울한 5월. 그러나 최동환에게는 희망을 던진 달콤한 5월의 하루였다. 지쳐가는 LG 팬들에게도 작은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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