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서민교 기자] “이천 선수들 무시하지 마십시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애써 웃었다. 부상으로 대거 이탈한 주축 선수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젊음’으로 대신했다. 양 감독은 “해 줄 선수들이 안 될 때 답답한 것보단 나을 수도 있다. 생동감이 더 생길 수 있다”고 무한 긍정 마인드를 새겼다.
차명석 LG 수석코치도 경기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을 호소했다. 차 수석코치는 “어디 해결책이 있으면 좀 가르쳐 달라”고 농담을 던지며 멋쩍게 웃었다.
↑ LG 트윈스 내야수 나성용이 올 시즌 1군 첫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그랜드슬램을 작성하며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이날 1군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 나성용, 이민재, 양원혁이 1군 등록됐다. 올 시즌 첫 1군 합류. 1, 2차 1군 스프링캠프에서도 볼 수 없었던 2군 선수들이었다. 이 대신 잇몸으로 싸우기 위해 급조한 지원군이었다.
LG 코칭스태프는 수차례 긴급회의를 하며 타순을 조정했다. 그만큼 당황스럽고 긴박했다. 양 감독은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우리 이천 선수들 무시하지 말라”고 엄포까지 놨다.
1.5군으로 나선 LG를 상대로 롯데는 엔트리 변화가 없었다. 전날(2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황재균도 엔트리 제외 없이 벤치에서 대타 대기 상태였다. 롯데의 완승이 예상된 경기.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반전이었다. 그토록 터지지 않던 LG의 방망이가 터졌다. 1회부터 나성용의 만루 홈런이 폭발하는 등 5득점으로 빅이닝을 만들더니 6회까지 매이닝 득점 행진을 벌였다. 불붙은 LG 타선은 롯데 선발투수 김승회를 3이닝 10실점으로 무너뜨렸다.
LG는 이날 무려 21안타(3홈런)를 터뜨리며 20득점을 뽑아냈다. 올 시즌 LG의 최다 안타·득점 경기. LG는 롯데 마운드와 수비를 붕괴시키며 20-12로 8점차 완승을 거뒀다.
LG는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마다 터졌다. 리드오프로 나선 오지환은 4타수 4안타 3득점, 잭 한나한도 2타수 2안타 2볼넷 4타점으로 100% 출루를 기록했다. 문선재마저 투런 홈런을 더했다.
놀라운 것은 올 시즌 첫 1군 경기 신고 선수들의 활약. 나성용은 첫 타석 만루 홈런(2안타 4타점)으로 프로 이력서를 새로 썼고, 황목치승은 4안타 3타점 4득점 경기를 해냈다. 양석환도 3안타를 추가했고, 이민재와 양원혁까지 1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절망적이었던 LG
반면 롯데는 5-20으로 크게 뒤진 8회말에만 7득점 빅이닝을 만드는 등 뒤늦게 추격전에 나섰으나 마운드 붕괴와 집중력을 잃은 3실책 졸전으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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