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좋고 싫고 없겠다만 KIA가 피하고 싶은 상대는 분명 있었다. 삼성, 넥센, 그리고 NC였다. 이상하리만큼 그들 앞에 서면 작아졌다.
지난해 KIA는 9개 구단 가운데 8위에 그쳤다. 54승 74패로 최하위 한화와는 4경기 차에 불과했다. 승패 차감이 무려 ‘-20’이었다.
새로 형성된 ‘천적’ 관계를 깨트리지 못한 게 컸다. 삼성과 넥센을 상대로 4승 12패, NC에게도 5승 11패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3개 팀과 전적이 13승 35패로 승률 2할7푼1리에 그쳤다. ‘어흥’을 전혀 외치지 못한 신세였다.
지난 겨울 호랑이군단의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과거 청산’을 외쳤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며 특정 팀과 ‘불편한’ 전적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표현처럼 KIA의 김기태호로만 평가 받겠다는 것이다.
↑ KIA 타이거즈는 삼성 라이온즈,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만 만나면 힘을 못 썼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지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김기태 감독의 바람대로 호랑이군단은 달라졌을까. KIA의 올해 삼성(3승 3패), 넥센, NC(이상 1승 5패)와 전적에서 우세를 보이진 못했다. 22패 가운데 13패를 이 3개 팀에 당했다. 한때 넥센, NC에게는 5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얼핏 달라지지 않아 보여도 분명 달라졌다. 싸우면 싸울수록 힘없이 무너지지 않았다. 4월에 이어 5월에도 천적 3개 팀과 격돌했다. 1승 8패의 4월과 다르게 5월 들어 4승 5패로 호각을 다퉜다. 특히 ‘완패’가 거의 없었다. 초반 대량 실점을 하며 끌려가지 않았으며, 빈타에 허덕여도 혼자만이 아니었다.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질 정도로 악착스러웠다.
지난 3년간 14승 1무 36패로 크게 밀렸던 삼성을 상대로 4년 만에 위닝시리즈까지 했다. 지난 23일과 24일 삼성에 연이어 영봉승을 거둔 건 하이라이트였다. 넥센과 NC도 지난달과 다르게 KIA를 손쉽게 이기질 못했다. 진땀승이었다.
특히, KIA는 5월 둘째 주 NC, 넥센과 3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잡았다. 자칫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던 위기의 순간, 스스로 힘으로 이겨냈다.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데도 성공했다.
144경기의 30%를 소화한 가운데 KIA는 ‘아직도’ 5할 승률(22승 22패)을 기록하고 있다. 하위권을 맴돌 것이라는 전망을 우습게 했다. 분명 기대이상의 ‘선전’이다. 4월 말 이후 내리막길을 타는가 싶었으나 큰 위기를 극복했다.
5월 성적표는 10승 9패. 일방적이었던 천적과 관계를 깨트린
변화가 감지된다. 더 이상 호되게 맞기만 했던 ‘옛날 옛적’의 호랑이가 아니다. 김기태호에서의 천적 관계는 다시 쓰이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