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군으로 다시 데려가려고 했는데, 너무 잘던지네요.”
롯데 자이언츠 육성담당 매니저 이정홍 책임은 저승사자처럼 말했다. 하지만 표정은 환했다. 우완투수 이상화(27)가 선발 5연패를 끊고 모처럼만에 승리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17일 목동 넥센전에 등판한 이상화는 이날 경기가 1군 선발로 마지막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 끝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이상화는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2승 2패 방어율 3.77을 기록하며 한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5월부터는 부진에 빠졌다. 급작스런 제구 난조로 조기 강판됐고, 결국 5월1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 2일 1군에 다시 올라왔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두 차례 선발로 등판했지만,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다.
하지만 이상화는 두 달여만에 다시 완벽한 피칭을 했다. 6⅔이닝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3승째를 기록했다. 롯데가 8-1로 승리했다. 결정구는 포크볼이었다. 이상화는 총 101개의 투구수 중 26개의 포크볼을 던졌는데 카운트를 잡을 때 썼다. 이상화는 “슬라이더는 최근 타자들의 스윙 궤도에 걸리는 타구가 많이 나오더라. 그래서 포크볼을 연습했는데 카운트를 잘 잡았다”고 했다.
특히 높은 속구도 일품이었다. 몸쪽 높은 속구를 던져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노렸다. 이는 1988년생 동갑내기인 KIA 양현종의 조언이었다. 이들은 지난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멤버들이다. 김광현(SK)도 이들 멤버 중 하나다. 이상화는 “(양)현종이에게 자주 물어본다. 몸쪽을 어떻게 던져야 하냐고 물어보니 높게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게 한다고 말해줬다”면서 “그래서 이것을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가서 활용했다”고 말하며 양현종의 도움이 컸음을 말했다. 최고구속이 141km에 불과했지만, 몸쪽 높은 속구가 주효한 것이었다. 이상화는 “매년 발전하면서 잘 던지고 있는 친구지 않나.
이상화의 호투로 롯데는 다시 고민이 된 4,5선발 자리에 숨통을 트이게 됐다. 이상화는 “정확하게 던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체력이나 집중도는 4월보다 낫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