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약물불감증’은 곤란하다. 선수와 구단, 리그가 모두 확실하고 깨끗한 ‘반도핑’ 의식을 갖고 있는가, 한국 프로야구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25일 KBO 역대 최악의 반도핑 중징계 사례가 되고 만 ‘최진행 스캔들’이 터졌다.
올시즌 가장 열광적인 관중과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기구단 한화의 주포 최진행(30)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계열의 근육 강화 약물인 스타노조롤 검출로 3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 한화의 중심타자 최진행이 반도핑 규정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는 사태가 터지면서 한화와 리그 전체의 대처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
프로 761경기 출전의 11년차 베테랑 타자였고, 25일 현재까지 팀내 최다 홈런(13개), 타점 2위(42개), 4개의 결승타를 때려냈던 중심타자다.
지인에게 소개 받아 ‘직구’를 통해 약품을 구했다는 입수와 복용경로는 뜨악할 수준이다. 4~5회만 복용했고 ‘고의성 없음’을 주장했지만 ‘반도핑’에 대한 주의, 개념은 전무에 가까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출된 금지 약물이 스타노조롤인 것도 충격이다. 근육량을 늘리고 강화하는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로 테스토스테론, 난다롤론과 함께 그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치명적인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최상위 등급 금지약물이다.
25일 직접 출석한 반도핑위원회에서 최진행이 “피로회복에 좋은 줄 알았다”고 자신이 인지했던 약효를 설명한 부분도 ‘무신경’의 심각성을 더한다. 스테로이드는 눈이 번쩍 뜨인다는 피로회복의 특효약인 것이 맞다. 이러한 즉각적인 각성 효과가 바로 위험한 이유이기도 하다. 약물의 효험이 피로회복과 흥분, 각성과 연관된다면 선수들은 민감하게 경계해야 한다.
선수의 개념이 참담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데 이어 구단의 개념은 문제가 없는지 논란을 부르는 정황도 있다.
1차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된 후 구단에 결과가 통보됐고, 2차 검사를 통해 도핑이 확인된 과정에서 한화는 도핑 위반이 적발됐음을 알면서도 최진행을 23일까지 계속 타선에 중용했다. 또한 KBO 징계의 후속조치로 발표된 구단의 자체 징계는 자격에 대한 제재가 배제된 벌금 2000만원이었다.
“수차례 복용 후 트레이너가 문제가 있는 약품임을 인지시켜 복용을 중지했다”는 설명은 복용 중지 시점과 구단 내 보고 체계, 계속된 기용에 대한 석연치 않은 아쉬움을 남긴다. ‘선수가 고의성이 없었음을 믿었다’고 이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도핑의 심각성에 대한 구단의 인식이 준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추상같은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국제 스포츠계의 반도핑 의지와 상당한 온도차를 보인 선수단 운용과 징계였다.
오랫동안 솜방망이 처벌 규정을 갖고 있었다고 비판받는 KBO 역시 민망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 반도핑 징계 규정이 10경기 출장 정지에 불과했던 KBO는 올해 반도핑 규정을 강화하면서 제제 대상 약물을 3가지로 분류하고 이중 최상위 등급인 근육 강화제의 경우 30경기 출장 정지로 처벌을 강화했다. 최진행은 이 규정을 적용 받았지만, 여타 스포츠 및 다른 나라의 스테로이드 계열 도핑 처벌 수준보다는 크게 미약한 징계다.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으나 고의성이 없었음을 충분히 인정받았던 수영 스타 박태환의 18개월 자격정지가 이례적인 선처였다고 평가받는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는 스테로이드 계열 도핑의 자격정지 기간이 2년~4년에 달한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스타노조롤이 검출됐던 3명의 선수에게 각각 80경기의 출장 정지를 내린 바 있다.
이 와중에 KBO가 한화 구단에 제제금 2000만원, 구단이 최진행에 벌금 2000만원을 매기면서 총 4000만원의 벌금 파티가 벌어지게 됐다. 자격정지 징계는 세계 최소수준인데 관련 벌금은 세계 최고수준의 도핑스캔들이 되고 만 것이 적절한 반도핑 대처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공정하고 깨끗한 경기에 직접적인 위해를 범하는 도핑은 벌금 징계보다 훨씬 엄중한 자격 징계가 의미에도 부합하고 경계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반도핑은 두 가지 약물과 싸운다. 그 싸움의 목적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선수들의 체격조건, 퍼포먼스에 인공적인 자극이나 강화를 주어 경기력을 상승시키는 약물’과 싸우면서 진실한 선수들을 불공정한 경쟁으로부터 지키고, ‘선수들의 건강에 실제적 혹은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약물’과 싸우면서 경쟁 그 이후까지 선수들의 건강과 행복을
약물과 싸워온 모든 스포츠가 그러한 것처럼 리그와 야구인들이 도핑스캔들에 맞서 보여줘야 할 것은 관용과 이해보다는 도핑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다.
그래야만 깨끗한 야구판, 건강한 선수들을 지키고 공정하고 건전한 경기를 순수한 열정의 팬들 앞에 펼쳐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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