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1번타자 찾기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팀 타순에서 첫 번째로 들어서는 1번타자는 리드 오프라고도 불린다. 통상적으로 높은 출루율과 주루능력을 보유해 공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는 것이 보통이다. 삼성의 경우 올해 유독 1번 타순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1번타자로 맹활약했던 야마이코 나바로가 올해 완전히 다른 유형의 타자가 되면서 시작된 고민이다. 지난해 나바로는 타율 3할8리 31홈런 25도루 98타점을 기록하며 ‘강한 1번’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출루율이 4할1푼7리로 매우 높았고 도루도 25개(실패 9개)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주루능력도 뽐냈다. 거기에 장타력까지 매우 좋았기에 나바로의 선두타자 홈런으로 손쉽게 점수를 내거나, 혹은 장타에 이은 2~4번 타자의 적시타로 간단히 점수를 뽑는 시나리오가 빈번했다.
↑ 최근 1번으로 나서고 있는 박한이도 삼성의 최적의 1번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 때문에 류중일 삼성 감독은 “스윙이 지난 시즌에 비해 커졌다. 타율과 출루율이 많이 떨어져서 1번으로 쓰기 쉽지 않다”며 여러차례 고민을 내비치기도 했다.
23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부문 공동 3위, 59타점으로 9위에 올라있는 나바로지만 지난해 완벽한 삼성 타순에서 기선제압의 의미에 더해 1번의 역할까지 했던 롤과 비교하면 올해는 활용폭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결국 삼성은 박한이, 박해민, 김상수를 1번타자로 대신 세웠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다. 1번으로 나섰을 때 박한이가 타율 2할5푼(60타수), 박해민이 타율 1할4푼7리(34타수), 김상수가 타율 2할1푼3리(47타수)에 그쳤다. 모두 자신들의 시즌 타율에 훨씬 못 미치는 기록이다. 최근 1번으로 나서고 있는 박한이는 타수가 늘어날수록 성적이 향상되고는 있지만 2번타순에서의 높은 타율(3할4푼3리)과 비교하면 영 맞지 않는 옷 같은 느낌이다.
이때문에 류 감독 또한 “1번에만 갖다 놓으면 다들 부진하다. 누구를 써야 할지 참 고민이 된다”며 고충을 토로할 정도로 ‘함정’이 되어버린 삼성의 1번 타순이다.
1번타자 고민이 삼성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팀컬러와도 연관이 있다. 지키는 야구의 색깔을 류 감독 자체로 선호하면서, 선수 구성상 점수를 뽑고 지키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삼성이 가끔씩 공격의 물꼬를 트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올 시즌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승부처에 1점을 만드는 것의 어려움과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삼성은 1점차 승부 시 승률 4할5푼5리(5승6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수년간의 기록과 비교하면 꽤 떨어진 성적이다. 강력한 불펜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의 컬러와도 어울리지 않는 이런 결과는 올해 1번에서부터 풀어가는 세밀한 야구가 되지 않고 있으며, 중심타자들의 홈런 등의 ‘한 방’에 의존하는 경기 빈도가 늘어난 부분과도 관련이 있다.
결국 류 감독은 구자욱을 1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선수 개인을 위한 셈법도 담겨 있는 고민. 지난 1일 류 감독은 구자욱에 대해 “올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시즌 전 기대치와 비교하면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호평하면서도 “아직은 헛스윙이 너무 많다. 그 점만 좋아진다면 이용규 같은 1번 타자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1번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올해 타율 3할1푼7리에 9홈런 30타점의 인상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구자욱은 1번타자로 6타수밖에 들어서지 않았다. 4,5번을 제외한 전 타순에서 활약했는데 10타수 이상을 소화한 타순 중에서는 2번(75타수)에서 타율이 3할6푼으로 가장 높았다.
이유가 있는 고려다. 구자욱의 출루율은 3할9푼으로 팀내에서 채태인(4할3푼4리), 최형우(3할9푼9리) 다음으로 높다. 박한이와 정확히 같은 출루율. 채태인과 최형우가 주루능력이 약한데다 중심타순에 들어서야 하는 유형의 타자라는 점, 구자욱이 준수한 주루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려배볼만한 카드인 셈이다.
동시에 개인에게 경험을 더 쌓게 해주고 싶은 의미도 있다. 류 감독은 “구자욱을 1번 카드로 쓰려는 것은 결국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의 1번타자 고민이 시즌 개막이 3달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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