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요코하마) 서민교 기자] 아픈 기억이 오래 남는 법. 생애 첫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출전을 예고하고 있는 특급 마무리 오승환(33·한신 타이거스)도 그랬다.
KBO 리그에서 7회 올스타에 빛나는 오승환이 기억하는 올스타전은 씁쓸했다. 4년 전인 2011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연장 10회말 승부치기 끝내기 패배의 악몽이다.
오승환은 자신이 올스타전에 몇 번 출전을 했는지도 헤아리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9시즌 중 7차례 올스타전에 출전을 했기 때문에 손꼽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 올스타전은 그의 기억 속에 박혀 있었다.
↑ 한신 오승환이 3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무사 1루. 요코하마 고토 다케토시에게 투런포를 내주고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日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
오승환이 기억하는 당시 올스타전은 마냥 즐길 수 없는 진지했던 한 판 승부였다. 주인공은 웨스턴리그의 이병규(41·LG 트윈스)였고, 마운드의 희생양은 이스턴리그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었다.
9회까지 3-3으로 동점을 이룬 양 팀은 대회 규정에 따라 연장 승부치기(10·11회)에 들어갔다. 10회초 무사 1, 2루에서 선공에 나선 이스턴리그가 2루 주자 오재원의 도루에 이어 박정권의 1타점 2루 땅볼로 4-3 리드를 잡았다.
같은 조건인 10회말 무사 1, 2루에서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은 이용규를 외야 뜬공, 유한준을 삼진으로 잡아내 아웃 카운트 1개만 남겨뒀다. 오승환의 세이브와 팀의 승리가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정성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한 뒤 이병규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고개를 숙였다. 오승환이 바깥쪽 공을 던졌으나 이병규가 감각적으로 배트를 툭 갖다 대 우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병규는 오승환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LG 소속으로 1997년 유지현 이후 무려 14년 만에 MVP에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이듬해 올스타전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2007년과 2013년 세이브를 포함해 역대 최다 올스타전 3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오승환은 2011년의 악몽 뒤로 올스타전에서도 특급 마무리 투수였다.
오승환은 17일 도쿄돔, 18일 히로시마 마쓰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감독 추천으로 출전한다. 일본 무대 진출 2년 만에 처음 출전하는 올스타전. 오승환은 올 시즌 2승2패 21세이브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하며 리그 세이브 부문 1위에 당당
일본에서 처음 맞는 올스타전은 그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오승환은 “언제 또 일본에서 올스타전 무대에 서 보겠나”라며 “늘 하던 대로 즐기고 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올스타전 끝내기 패배의 추억을 떠오른 날, 오승환은 요코하마의 이시카와 다케히로에게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시즌 2패째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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