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12개 팀 가운데 6위와 7위. 상위 스플릿의 경계선에 서있는 인천과 성남이 ‘미추홀’에서 마주했다.
연결고리도 많다. 김학범 성남 감독과 김도훈 인천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스승과 제자는 어려운 사정 속에 팀을 잘 이끌었다. 약속이나 한 듯 성적도 7승 9무 5패로 같다. 김학범 감독은 “누구 하나는 (강등 싸움으로)갈 거잖아”라면서도 “현역 시절부터 성실한 사람이었다. 대단한 팀을 만들었다”라고 김도훈 감독을 칭찬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킥오프와 함께 90분 동안 그라운드에는 스승과 제자가 아닌 승장과 패장만 있을 뿐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타이밍. 이날 승점 3점을 딸 경우, 최대 3위까지 넘볼 수 있었다. 게다가 9위 광주와 승점 차가 1점에 불과하다. 주춤했다가는 쭉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했다.
↑ 성남의 김두현(오른쪽)이 12일 K리그 클래식 인천전에서 후반 4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엉덩이를 뒤로 빼고 눈치만 살피는 신경전은 아니었다. 적극적인 압박 속에 공격을 펼치고자 했다. 서로의 골문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슈팅이 쏟아졌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여럿이었다.
그 가운데 균형을 깬 건 성남. 주포 황의조(8골)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가운데 후반 4분 김두현의 강력한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히더니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K리그 클래식 최소 실점 1위(17실점)로 인천 앞바다만큼 짰던 인천의 뒷문이 뚫렸다.
골은 김두현이 넣었지만 볼을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러웠다. 황의조를 대신해 원톱으로 나선 ‘이적생’ 박용지의 돌파 및 패스가 일품이었다. 박용지는 지난 7일 성남 트레이드 후 첫 선발 기회(8일 성남전 교체 출전)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인천은 6경기 연속 무패(4승 2무)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선수단이 하나로 묶인 데다 매 경기 죽을 듯이 뛰면서 온힘을 쏟으니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인천 못지않게 열심히 뛴 성남이었다. 성실함과 희생은 지난해 김학범 감독 부임 이후 성남의 색깔이기도 했다. 후반 22분 빗줄기 탓에 제대로 볼을 잡거나 차기 힘든 가운데 온몸으로 인천의 공세를 막아내기까지 했다. 투지 넘치는 승부였다.
빗속의 1골 싸움이었다. 땀을 쥐도록 치열한 양상이었다.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끝까지 안도할
좀 더 집중력을 갖고 좀 더 땀 흘린 성남이 진땀나는 1골 차 승리를 낚았다. 그렇게 동등한 위치에 있던 두 팀은 위아래의 갈림길로 나뉘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