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그때는 몰랐다. 이틀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저 절박했다. 1패를 하면 안 됐다. 하지만 이틀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절대 신뢰의 카드는 깨졌다.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선발투수가 구원 등판하는 경우가 아주 없지는 않다. 선발 로테이션을 깨고 앞당겨 등판하기도 하며, 실전 점검 차원에서 마운드에 오르기도 한다. 5일 울산 롯데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인 더스틴 니퍼트(두산)도 부상 회복 후 불펜에서 한 차례 시험 등판을 했다.
또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경기를 잡기 위해 ‘총력’을 쏟기도 한다. KIA도 그랬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불펜 투구 대신 구원 등판을 택했다. 전략적인 기용. 그 작전 성공률은 50%였다. 그러나 이틀 뒤 그 선발 카드는 100% 확률로 ‘뭇매’를 맞았다. 결과적으로 ‘악수’였다.
↑ KIA는 7월 8일 목동 넥센전에 연장 12회 조쉬 스틴슨을 대타로 기용했다. 그리고 마지막 1이닝을 맡겼다. 하지만 스틴슨은 한방도 못 쳤고 패전투수가 됐다. 또한, 이틀 뒤에는 1패를 추가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스틴슨은 지난 7월 8일 목동 넥센전에 연장 12회 대타로 등장했다. 그는 9일 경기에 내정된 선발카드였다. 한방을 기대하기보다 마지막 1이닝을 막기 위함이었다. 즉, 절대 패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스틴슨은 무너졌고 KIA는 무승부가 아닌 패배를 추가했다.
‘초강수’의 여파는 이틀 뒤 찾아왔다. 스틴슨은 하루 걸러 7월 10일 문학 SK전에서 3회까지 볼넷 1개만 내주며 9타자 연속 아웃 처리했으나 볼 끝이 예리하지 않았다. 4회 이후부터는 난타 모드.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대량 실점(5실점)을 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서 시즌 7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KIA는 스틴슨으로 한 번 실패했던 카드를 25일 만에 다시 한 번 꺼냈다. 이번에는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자원 등판을 요청한 양현종은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 윤석민 앞에 나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다. 윤석민이 마무리를 지었으나 그 과정은 상당히 아슬아슬했다.
양현종은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4일 목동 넥센전에 나설 예정이었다. 3일이 이동일로 휴식이 주어진 데다 투구수도 딱 5개였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 아예 없지 않았다. 양현종은 구위, 구속, 제구 모두 좋지 않았다. 넥센 타자들은 양현종이 던지는 ‘맘에 드는 공’만 노린 듯, 매섭게 배트를 휘둘렀다.
홈런만 4방. 그리고 세 차례나 연속 3안타를 맞았다. 책임감 속에 5이닝을 채웠으나 상처만 컸다. 무려 8실점이나 했다. 시즌 최다 피홈런 및 최다 실점이었다. 시즌 4패째와 함께 평균자책점만 2.01에서 2.49로 치솟았다. 0.21(4.26→4.47)만 올라간 스틴슨은 그나마 나은 축이었다.
↑ 양현종은 4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동안 10피안타 4피홈런 8실점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투구 중 하나였다. 사진(서울 목동)=옥영화 기자 |
예정된 선발카드를 ‘잠깐’만 구원카드로 사용했다. 과감한 승부수였다. ‘내일은 없다’는 듯. 하지만 내일에도 야구는 했다. 결과적으로 이틀 뒤 KIA는 물론 원투펀치도 울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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