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공격수는 흔히 말한다. “골로 말한다”고. 그게 평가의 기준이라면, 이정협(상주)은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 그의 득점은 ‘0골’이다. 하지만 골이 전부는 아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슈틸리케호의 원톱’으로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이정협은 이번 대회에서 중국전과 북한전에 선발 출전했다. 출전시간은 총 174분. 여러 차례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 세리머니를 펼치진 못했다. 골 운도 따르지 않았다. 지난 6월 11일 UAE전 이후 A매치 3경기째 침묵. 슈틸리케호에 승선한 이래 전 경기 출전 기록을 이어가던 그는 일본전에 결장하며 처음으로 벤치만을 달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입맛에 딱 맞는 공격수라는 걸 보여줬다. 존재감을 더없이 키웠다.
이정협은 수비수를 데리고 많이 뛰면서 수비를 흔들었다. 그리고 동료와 유기적인 호흡을 펼치며 공격력을 배가했다. 특히 이재성(전북), 이종호(전남), 김승대(포항) 등 2선과의 연계 플레이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 이정협은 2015 EAFF 동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호의 원톱으로 확실히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상대의 집중 견제에 쓰러지고 무릎을 감싸 쥐며 통승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꿋꿋이 일어나 제 역할을 다했다. 골이 전부가 아닌 슈틸리케호의 원톱으로서 모범을 보여줬다.
이정협은 이번 대회를 ‘0골’로 마감했다. 7개월 전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2골 1도움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그의 입지는 큰 차이다. 더욱 확고히 다졌다. 1골도 못 넣었으나.
유럽파와 진짜 경쟁을 펼쳐야 하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원톱은 이정협이 앞서가는 구도다. 그와 경쟁할 후보로 꼽혔던 김신욱(울산)과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는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이정협보다 낫지 않았다.
‘와신상담’ 했을 김신욱은 일본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북한전에서 종료 직전에 시도한 힐킥 슈팅이 유일했다. 이용재는 일본전에서 혹평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 둘이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정협만 더욱 부각시켜준 꼴이었다.
절대존재의 유럽파도 원톱에서 이정협을 앞서지 못한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는 지난 3월 31일 뉴질랜드전에 테스트를 받았으나 합격 판정을 받지 못했다. 이정협을 위협할 절대적 위치가 아니었다.
동아시안컵에서 이정협이 최전방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컸다. 1년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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