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루이 판할(64·네덜란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왼쪽 날개로 기량이 만개했던 국가대표팀 제자 멤피스 데파이(21)를 리그 데뷔전에서 왜 중앙에 기용했을까.
맨유는 8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2015-16 EPL 개막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22분 토트넘 수비수 카일 워커(25·잉글랜드)의 자책골이 승패를 갈랐다.
데파이는 4-2-3-1 혹은 수비적 4-3-3 대형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67분을 소화했다. 통계회사 ‘옵타 스포츠’ 공개자료를 보면 전반전 토트넘 진영에서 패스 정확도가 95%(19/20)에 달했다. 상대 진영 패스성공 19회는 맨유-토트넘 전반 양 팀 선수 중 최다이다.
지난 7월 1일 데파이는 이적료 2750만 유로(350억5535만 원)에 맨유로 합류했다. 2750만 유로는 맨유 영입투자 역대 14위이자 PSV 에인트호번 선수판매액 2위에 해당한다.
2014-15시즌 PSV 소속으로 데파이는 40경기 28골 8도움으로 맹활약했다. 경기당 84.4분을 소화했고 90분당 공격포인트는 0.96에 달했다. 오른쪽 날개와 처진 공격수로도 뛸 수 있으나 지난 시즌에는 40경기 모두 왼쪽 날개였다.
판할은 2012년 7월 6일~2014년 7월 12일 개인 통산 2번째로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여 28전 17승 9무 2패 승률 60.7%라는 성적을 거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유럽예선을 10전 9승 1무 34득점 5실점으로 돌파한 후 본선에서는 7전 5승 2무 15득점 4실점으로 3위에 올랐다. 예·본선 무패임에도 아르헨티나와의 준결승에서 연장전 포함 120분 동안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 2-4로 탈락하여 우승도전기회를 놓쳤다.
↑ 데파이(왼쪽)가 칠레와의 브라질월드컵 B조 3차전 득점 후 도움의 주인공 주장 아리언 로번(오른쪽)에게 감사하며 포효하고 있다. 사진(브라질 상파울루)=AFPBBNews=News1 |
↑ 데파이가 홈에서 열린 2015-16 EPL 개막전에서 토트넘의 자책골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잉글랜드 맨체스터)=AFPBBNews=News1 |
데파이는 판할의 네덜란드대표팀에서 A매치 10경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당 41.2분으로 주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호주와의 브라질월드컵 B조 2차전(3-2승)에서 후반만 뛰고도 1골 1도움으로 역전승을 주도하더니 칠레와의 3차전(2-0승)에서는 교체 투입 23분 만에 쐐기 골을 넣었다.
판할의 네덜란드대표팀 감독 시절 데파이가 중앙으로 기용된 것은 3경기·127분과 1골이 전부다. 중앙 공격수로 2경기·111분, 처진 공격수로 16분을 소화했다. 여기서 1골이 바로 중앙 공격수로 기용된 칠레전에서 나왔다.
칠레는 9위라는 역대 2번째로 좋은 성적으로 브라질월드컵을 마감했다. 네덜란드는 이런 상대를 2-0으로 완파한 것이다. 해당 대회에서 전후반 90분 동안 득점·무실점을 동시에 충족한 것은 칠레전과 브라질과의 3위 결정전(3-0승) 2경기뿐이다.
데파이가 칠레를 상대한 것은 채 30분도 안 됐으나 내용과 결과는 모두 강렬했다. 판할이 데파이 영입 후 중앙으로 기용할 수 있음을 계속 언급하더니 실제로도 데뷔전에 공격형 미드필더와 처진 공격수를 오가게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을
물론 판할도 네덜란드대표팀에서 데파이를 왼쪽 날개로 훨씬 더 많이 활용했다. 토트넘전이 프로축구에서도 중앙에서 쓸 수 있음을 실증한 사례로 그칠지 무난한 데뷔를 기폭제로 맨유에서는 출전 위치 비중이 크게 달라지는 계기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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