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값비싼 기회비용치고는 너무 짧은 1이닝이었다. 그리고 너무 적은 22구였다. 두 장의 카드를 저울질 하다 에반을 꺼냈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IA는 13일 광주 삼성전에 스틴슨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한 경기에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만 뛸 수 있다. 평소대로면 필이 3번 혹은 4번 타순에 배치되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경기가 우천 순연된 데다 12일에도 두산을 크게 이기면서 ‘불펜’ 에반 카드를 품속에만 넣어뒀다.
김기태 감독은 고심 끝에 필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5회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필과 에반, 둘 중 한 명을 기용할 생각이었다. 70타점을 올린 ‘해결사’ 필의 두 타석을 포기했다. 1승을 위한 기회비용이었다. 5회까지 크게 뒤지지 않는 이상, KIA는 에반으로 승부수를 띄우고자 했다.
↑ 에반은 13일 광주 삼성전에 KIA가 2-3으로 뒤진 5회 구원 등판했다. KIA의 승부수였으나 에반은 2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5회 승부수를 띄웠다. 필이 아닌 에반이었다. 에반이 3이닝 이상 무실점으로 막아주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하루 전날 10안타로 10득점을 한 KIA였다. 1점 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계산은 빗나갔다. 지난 6일 광주 kt전 이후 일주일 만에 등판한 에반은 스틴슨과 다르지 않았다. 감각을 잃었는지 제구가 엉망이었다. 22개의 공 가운데 11개가 볼이었다. 최고 구속은 149km/h였지만, 제구가 안 되는 빠른 공은 불필요했다(속구 18개 중 볼 11개).
박석민과 채태인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며 맞이한 1사 2,3루. 에반은 이지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2-3에서 2-5로 벌어졌다. 삼성 마운드에 윤성환이 버티고 있다는 걸 고려하며, 3점 차는 꽤 크게 느껴졌다. 게다가 에반의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았다.
결국 KIA는 필승 카드를 일찍 접었다. 6회 시작과 함께 심동섭이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다음을 위한 카드이기도 했다. KIA는 14일부터 16일까지 3연전을 또
하지만 허탈할 정도의 이른 교체였다. 밤새, 그리고 경기 내내 머리를 감싸게 했던 고민거리였는데 효과도 미미했다. 스틴슨은 일찌감치 무너졌고 에반도 흔들렸다. 타선은 5회까지 2안타로 침묵했다. 시즌 첫 결장한 필의 빈자리만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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