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운드에 합류한 에스밀 로저스(30)는 단연 ‘8월의 핫플레이어’다.
데뷔 후 두 경기를 거푸 완투했고(6일 LG전/11일 kt전), 그중 한 경기를 완봉(kt전)했다. 세 번째 마운드는 드디어 선두 삼성에 맞선 16일 포항경기. 비록 권혁의 블론세이브로 7⅓이닝 5피안타 4실점의 노디시전 경기가 되고 말았지만, 8회까지 시속 150km의 광속구를 뿌린 로저스의 모습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78, 피안타율 0.136. 이 성적표에는 요행이 없다. 로저스의 공이 좋았다. 그 공은 당연한 결과다. 로저스는 투구 폼이 좋다.
↑ 한화 로저스는 세밀하게 들여다볼수록 탄탄한 기본기가 느껴지는 투수다. 투구동작의 각 구간에서 힘의 생성과 전달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우선 다리를 드는 와인드업 동작과 앞발(오른손 투수 로저스의 왼발)을 내딛는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로저스는 상하좌우의 신체 균형이 상당히 좋다.
투수는 스트라이드를 통해 전진력을 얻은 후 코킹단계에서 몸통의 회전을 통해 (공에 실을) 파워를 극대화한다. 이 구간에서는 하체를 먼저 돌리고 상체는 최대한 늦게 돌려야 더 많은 회전력을 얻을 수 있다. 흔히 몸을 꽈배기처럼 비틀어 던져야한다는 얘기는 바로 코킹단계에서 최대한의 회전력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로저스의 투구는 이 부분에서 이상적인 턴을 보여주고 있다. 하체가 충분히 회전한 뒤 상체를 돌리기 시작한다. 하체가 채 돌아가기 전에 상체를 회전하는 투수들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파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후 가속구간에서는 왼 무릎을 구부리고 상체를 숙여주면서 하체를 잘 이용하는 피칭, 더 큰 장력을 생성하는 피칭을 하고 있다. 왼 무릎을 구부리면서 고관절의 각도를 줄이면 하체 관절의 가동범위가 넓어진다. 여기서 상체를 숙여주면 팔을 더욱 벌려주게 돼 마치 활시위를 더 많이 당긴 효과(장력의 극대화)를 얻는다.
투구 동작의 각 단계에서 최대한 힘을 만들어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로저스는 그의 이상적인 투구 폼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마치 광속구가 보이는 듯한 좋은 투수다. 빠르고 강한 공의 이유가 되는 ‘잘생긴’ 동작을 갖고 있다.
여기에 볼배합과 구질에서도 쏠쏠한 장점이 보였다.
192cm의 큰 키에서 뿌리는 공은 가뜩이나 각도가 커서 유리한데 상당히 낮게 제구가 되는 투수였다. 낮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다 보니, 타자들이 크게 낮은 볼에도 배트를 내고 마는 결과가 많았다.
세 경기 동안 슬라이더를 많이 던지거나, 혹은 커브를 많이 던지는 등 영리하게 패턴을 바꾸는 볼배합을 가져간 것도 한화 배터리를 칭찬할 부분이다. 쉽게 읽히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는 한시 바삐 ‘로저스 공략법’을 풀어내야 하는 9개팀 타선을 당분간 골치 아프게 할 것 같다.
빠른 속구를 가지고 있는 투수들의 영원한 강점은 타자들이 변화구를 노려 치기 힘들다는 거다. 속구파 투수에 맞서면 타자들은 다소 어이없는 변화구에 헛스윙을 하게 될지라도 속구에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왕도가 없다. 효율적인 투구 동작으로 부터
그 전까지 로저스는 ‘왕소금’ 피안타율의 위력적인 마운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5위 싸움에 피가 마르는 한화의 ‘천군만마’가 되어서.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