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일장춘몽이었다. 지난 2년간 LG 트윈스의 가을은 ‘한바탕 봄 꿈’에 지나지 않았다. 3년 만에 암흑기가 다시 왔다.
LG는 부산 원정길에 올랐다가 허무하게 잠실행 버스에 올랐다. 팀 창단 최초인 불명예 9위 탈출을 노릴 수 있는 8위 롯데 자이언츠와 맞대결에서 2연패를 당한 채 짐을 쌌다. 롯데와도 3.5경기차로 벌어졌다.
LG와 롯데의 승차는 큰 의미가 없다. 하위권 ‘망신’을 피하기 위한 순위 싸움에 불과하다. LG는 4위 넥센 히어로즈와 11.5경기차, 5위 KIA 타이거즈와 8경기차로 벌어졌다. 사실상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의 기적은 사라졌다.
↑ LG 트윈스의 2015년은 암흑기의 마지막 해로 착각했던 3년 전인 2012년과 다르지 않았다. 사진=MK스포츠 DB |
LG는 올 시즌 단독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무려 21경기차다. 2012년 삼성과 최종 성적인 22경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13년 시즌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벌이며 2경기차로 마감했던 기억은 반짝였던 꿈에 지나지 않았다. LG가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LG의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는 방증이다. LG는 지난 2년간 리빌딩을 꾸준히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베테랑들의 의존도에 지나지 않았던 두 시즌이었다. 신·구조화를 이뤘던 리빌딩 작업은 감독 교체와 함께 착시효과에 그쳤다. 올 시즌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LG는 두 가지를 모두 놓쳤다. 베테랑들의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잃었고, 젊은 선수들을 그 자리로 끌어올리지도 못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 사이의 고질적인 팀 분위기도 다잡지 못했다. 어렵게 올라선 팀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리더 실종’의 결정체였다.
LG는 110경기 47승1무62패로 승률 4할3푼대(4할3푼1리)도 붕괴될 조짐이다. 이젠 시즌을 마무리할 때다. 승률이나 순위 따위에 얽매일 시점이 아니다. 이미 삼성이나 상위 팀들이 걷고 있는 길과는 다른 험난한 길로 접어 들었다. 부실한 바닥 공사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신생팀 kt 위즈와 다를 것이 없는 리빌딩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양상문 LG 감독은 올 시즌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팀의 속사정을 정확하게 꿰뚫지 못했다. 올 시즌을 치르며 곪았던 상처가 터지자 앓기만 했다. 남은 33경기에서는 상처에 흉터가 남지 않도록 꿰매야 한다. 새 살이 돋는 것은 그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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