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이미 하위권으로 추락한 시즌.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켜야 할 잠실 라이벌전.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를 꼼짝 못하게 제압했다. 선봉장은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30)이었다. 강한 승부욕에서 나온 역투. 이날의 루카스 투구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엿보였다.
시즌 초반 애물단지였던 루카스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루카스는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5회까지 완벽하게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6회 민병헌에게 솔로 홈런 한 방을 허용했으나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6이닝 1실점. 시즌 8승(8패)째를 올린 날이었다.
↑ 지난 20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 초 1사 만루의 위기에서 LG 선발 루카스가 두산 양의지를 삼진으로 잡고 로메로를 범타로 처리해 위기를 넘긴 후 좋아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루카스는 후반기로 넘어가면서 정신 줄을 꽉 붙잡았다. 쉽게 흥분하고 무너지던 경향이 사라졌다.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며 마운드에서 든든한 모습을 보였다. 루카스는 7월 이후인 최근 10경기에서 4승2패를 기록하며 외국인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루카스는 은근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팀 내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26경기에 등판했다. 불펜으로 긴급 투입된 경기도 있었지만 충실히 수행했다. 140⅔이닝을 소화한 헨리 소사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1이닝을 던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95로 낮지 않지만, 구위에 대한 매력은 확실히 보여줬다.
사실 올 시즌 개막 전 루카스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양상문 LG 감독은 소사보다 루카스를 높게 평가했다. 이유는 다양한 구종을 갖춘 강한 구위. 특히 볼의 움직임이 심해 까다로운 투구를 하는 투수였다. 단 하나의 허점은 ‘멘탈’이었다.
루카스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다. 워낙 ‘가벼운’ 성격 탓이었다. 루카스의 안정제로 메이저리그 베테랑 내야수였던 잭 한나한과 라커룸을 붙여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한조차 두 손을 들고 자리를 옮길 정도였다. 실제로 루카스는 눈치 없이 말도 참 많았다. 사직 롯데전에서 최준석의 세리머니를 흉내 냈던 돌출 행동도 같은 맥락의 사건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낯선 한국 문화에 따른 무지였을 뿐 고의성은 없었다. 이후 반성했고, 개선의 여지를 보였다.
최근 양 감독의 신뢰도는 소사가 아닌 루카스를 향해 있다. 소사는 이미 문책성 2군행 통보를 한 차례 받기도 했다. 벤치의 결정에 불만을 표출하며 팀워크를 해치는 행동으로 양 감독을 격노하게 만들었다.
LG는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올해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내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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