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2016년 선발 경쟁이 뜨거워졌다. 베테랑 투수 봉중근(35)이 마무리 보직을 떠나 전격 선발 전환을 선언하면서 벌써부터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봉중근은 2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뒤 2군으로 내려가 본격적인 선발 수업에 들어간다. 지난 2012년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이동한 뒤 4년 만에 다시 선발 복귀다.
봉중근이 선발로 돌아서면서 LG의 선발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봉중근의 파격 보직 변경은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진 올해가 아닌 내년을 위한 포석이다.
↑ 지난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5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LG 양상문 감독이 봉중근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시즌 초반 좌완 기대주 임지섭과 함께 장진용과 임정우가 선발로 나섰고, 이후 김광삼과 이준형이 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확실한 5선발은 찾지 못했다.
베테랑 투수 김광삼이 최근 복귀해 살아남았으나 아직 믿음을 주진 못했다. 임정우는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고, 장진용은 이닝이터 역할의 한계를 드러내며 노력의 결실을 보지 못했다. 기대주로 꼽혔던 좌완 임지섭과 우완 이준형은 과제만 안긴 채 2군으로 내려갔다. 양 감독은 “임지섭과 이준형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1군 선발로서의 시기상조를 인정했다.
봉중근이 선발로 전환하면서 표면적인 5선발 체제는 꾸려졌다. 내년에도 외국인 투수 2명을 영입할 경우 류제국 우규민 봉중근으로 5선발 구성이 가능하다. 가정은 봉중근이 선발 수업에서 합격점을 받는다는 것.
구원에서 선발로 복귀해 성공한 사례는 적지만, 봉중근은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봉중근은 LG에 입단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선발로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찍었다. 견제와 수비가 뛰어나고 경기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하다.
4년간 마무리를 경험하면서 위기관리의 노하우도 쌓였다. 4~5일 휴식으로 로테이션을 보장받는다면 최소 5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올 시즌 리빌딩 작업에 착수한 양상문 감독은 선발진의 세대교체도 꾸준히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지만, 어린 선수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시즌 종료 후 내년까지 캠프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언제든 선발로 다시 쓸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투수들이다.
이 때문에 6선발 체제로 내년을 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올 시즌에도 6선발 체제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확실한 5선발 체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LG는 파격적인 선발진 운용을 할 수도 있다. 외국인 투수를 1명만 뽑고 국내 투수들로 선발을 채울 수 있다. 올 시즌 LG의 추락한 9위 성적은
봉중근의 선발 전환은 결정됐다. 내년 무조건 선발진에 합류하는 것이 목표다. 양 감독의 고민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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