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SK 와이번스의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 카드’ 실패는 아쉬웠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32)이 돌아왔다. SK가 막판 순위 경쟁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다.
SK는 지난 이틀간 희비가 교차했다. 2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세든이 완봉승을 거둔 반면, 2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김광현이 1⅔이닝 8실점으로 충격적인 패전을 떠안았다. SK의 3연승 상승세도 하루 사이 잠잠해졌다.
김광현의 최대 단점은 기복이다. 이번엔 팀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도졌다는 것이 문제다. 김광현이 올 시즌 5이닝 이하 투구에 6실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5차례 있었다. 7월을 제외한 매달 한 번 이상의 부진을 겪었고, 8월 들어 kt전에서만 두 차례 무너졌다. ‘기복’이란 단어의 긍정적 의미를 해석하면 당분간 각성하고 잘 던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도 있다.
↑ 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이 2013년 다승왕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28일 잠실 LG 트윈스전 완봉승 이후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는 세든과 포수 이재원. 사진=김재현 기자 |
세든의 완봉승 의미는 남다르다. 단순히 한 경기 잘 던진 것이 아니다. 시즌 도중 팀에 합류해 부진의 터널을 지나 2군행 이후 급격히 구위를 회복했다. 지난 18일 KIA전 5⅔이닝 2실점, 23일 NC전 6이닝 2자책점, 28일 LG전 9이닝 무실점 완봉승으로 부활했다.
세든은 지난 2013년 SK에서 에이스를 맡으며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며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던 투수다. 당시 한 시즌을 겪었던 KBO리그 경험은 큰 자산이다.
세든의 일시적 부진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2군행 통보를 받은 뒤 그의 노력이다. 김용희 SK 감독은 “세든의 2군행 효과는 분명히 있다. 세든이 과거 다승왕 시절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보다 투구 폼과 구위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 사이 우리 타자들의 기술과 파워가 달라진 것을 확실히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든은 2군에서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자신을 채찍질 하며 전면 수정 작업을 했다. 조웅천 2군 투수코치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3년 시절 세든의 불펜 피칭 비디오까지 전부 다시 비교 분석하며 세든의 투구 폼을 원상 복귀시키는데 집중했다.
세든도 적극 받아들였다. SK 구단 관계자는 “세든이 워낙 노력을 많이 하는 투수이기도 하고, 습득력도 뛰어나 빨리 예전의 투구 폼을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SK 포수 이재원도 “외국인 투수들은 자존심이 워낙 세기 때문에 투구 폼에 대한 지적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세든은 다르다. 바꾸자는 말에 더 노력해서 바꾸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든의 합류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긍정 효과가 있다. 올 시즌 처음 한국 무대를 경험하고 있는 켈리의 멘토 역할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세든이 오고 나서 켈리가 달라지고 있다. 켈 리가 근면성실한 세든을 따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세든도 켈리에게 노하우를 많이 가르쳐 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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