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이제 우리 야수들 좀 쉬게 해줘야죠.”
올 시즌 시작은 이랬다. 우규민(30·LG 트윈스)이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5월14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던진 다짐이었다.
이 한 마디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지난해 수술과 재활 때문에 늦은 1군 합류로 동료에 대한 미안함이 먼저였고, 자신의 제구력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당시 LG에는 좌완 기대주 임지섭 등 젊은 투수들이 우규민을 대신했으나 제구력에 문제점을 노출한 상태였다.
↑ LG 트윈스 투수 우규민은 올 시즌 팀의 에이스로 또 한 번 성장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굳은 각오였다. 그리고 우규민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약속을 지키고 있다.
팀 성적은 9위로 추락했으나 우규민은 꾸준히 제 몫을 했다. 타선 지원 부족의 불운 속에서도 시즌 8승(9패) 평균자책점 3.71을 올렸다. 퀄리티스타트는 총 10회 기록했다.
우규민의 가장 놀라운 기록적 수치는 경기당 볼넷이다. 우규민은 올 시즌 22경기 131이닝 동안 볼넷을 15개만 허용했다. 경기당 0.68개의 볼넷을 내줬고, 9이닝으로 환산해도 1.03개에 불과하다. 무볼넷 경기는 절반에 가까운 10경기, 2개 이상의 볼넷을 기록한 경기도 두 차례밖에 없다. 폭투도 2개가 전부다.
우규민을 ‘믿고 쓰는 선발’로 부르는 이유는 또 있다. 우규민이 선발 등판하는 경기는 일단 편안하다. 군더더기 없는 빠른 템포로 던진다. 완벽한 제구에 의한 땅볼 유도가 많아 속도가 빠르다. 피안타율도 1.22에 불과하고, 피홈런도 1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보는 사람도 편안하지만, 야수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투수가 없다.
동료들을 위해 뒤늦게 시즌을 시작한 우규민. 하지만 그에게도 간절한 개인 목표가 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는 것. 우규민은 지난 2013년 선발 전환 이후 2년 연속 10승 투수(2013년 10승·2014년 11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성공적인 선발 안착이다.
하지만 우규민은 만족도 자만도 없다. 봉중근의 조언이 그의 가슴에 새겨 있기 때문. 봉중근은 “3년을 꾸준히 성적을 내야 이름을 기억하는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규민은 “올해 10승을 하면 자신 있게 ‘나는 선발투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을야구가 사실상 좌절된 LG는 정규시즌 12경기를 남겨뒀다. 우규민은 2~3차례 선발 등판 기회밖에 없다. 이 안에 2승을 추가하면 목표 달성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우규민은 시즌 초반 공백과 팀 성적을 따
우규민은 스스로 에이스를 거부한다. “내가 에이스면 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난 그저 2~3선발이다.” 하지만 우규민의 현재 위치는 겸손한 그의 생각을 거부한다. 우규민은 선발 전환 3년 만에 옆구리 에이스를 넘어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나 아닌 동료를 위해 던진 마음가짐이 만든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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