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손흥민이 18일 카라바그와의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2득점하며 3-1 승리를 주도했다. 그렇다고 달라진 건 없다. 그전에도 그는 손흥민이었고, 이후에 손흥민일 것이다. 카라바그전에서 2배속으로 달리지 않았고, 새 동료들과 10년 동안 호흡을 맞춘 것처럼 뛰지도 않았다. 레버쿠젠과 대표팀에서 하던 대로 기회를 살렸다.
그런데도 나흘 전 침묵한 선덜랜드전과 평가가 극명히 갈린다. 당시에는 마치 비싼 이적료 값을 못 하는 ‘먹튀’라는 반응이 나돌았다. 지금은 400억원 값을 한단다. 골에 따라 D를 받았다가 A+를 찍는다. 손흥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갖춘 실력을 경기장 위에 펼쳤다. 40~50 문제 중 이제 2문제를 풀었을 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팀과 리그 적응에 있어 지금의 골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경기 하나만으로 손흥민의 한 시즌을 짐작하는 건 섣부르다.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손흥민은 이제 막 토트넘의 막을 열었다.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 포체티노는 수술 중
선덜랜드전과 카라바그전에서 토트넘은 사실상 다른 팀이었다. 공격진만 봐도 케인-손흥민-알리-샤들리가 나선 선덜랜드전과 달리 카라바그전에선 손흥민을 축으로 타운젠트-알리-라멜라가 공격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오른쪽 공격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를 ‘잠시’ 옮겼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에이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부상하고, 해리 케인의 침묵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공격진을 실험하는 중이다. 카라바그전에선 손흥민이 원톱으로 선택받았고, 선덜랜드전에서 후반 날렵한 몸놀림을 보인 라멜라와 타운젠트가 기회를 잡았다. 에릭센이 돌아올 때까지 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에릭센 복귀 이후 손흥민의 포지션이 최전방일지, 측면일지 판단해도 늦지 않다.
○ 변함없을 케인 중심 체제
분명해 보이는 사실은 손흥민이 해리 케인의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라는 점이다. 토트넘은 지난시즌 34골을 기록한 케인 중심으로 올 시즌을 꾸릴 소지가 다분하다. 지난여름 공격수 사이도 베라히노(WBA) 영입에 실패한 토트넘 스쿼드에 원톱 자원은 케인이 유일할뿐더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케인보다 더 나은 득점 자원은 없다.
↑ 에릭센이 복귀하면 그 덕을 가장 많이 보는 건 케인이 될 것이다. 사진(미국 콜로라도)=AFPBBNews=News1 |
포체티노 감독은 올 시즌 6경기 연속 무득점 중인 케인이 하루빨리 골을 되찾길 바랄 테지, 계속해서 벤치에 앉혀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첫 두 달 동안 득점하지 못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어 머잖아 골이 터지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은 측면에서도 뛴다”는 인터뷰에서 계속 강조한 걸 봐서는 케인과 손흥민을 동시 기용할 구상이 있는 듯하다.
○ 149위 카라바그
UEFA 유로파리그와 같은 큰 무대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건 어렵다.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평가는 엄연히 상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만약 손흥민이 2015-16시즌 유로파리그 진출팀 중 라치오, 마르세유, 나폴리, 도르트문트, 리버풀 등과 같이 챔피언스리그급 팀과의 경기에서 득점했다면 지금과 같은 호평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날 상대는 축구 변방 아제르바이잔의 챔피언 카라바그였다. 유럽 내에선 떠오르는 신성이라는 평을 받는 듯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클럽을 넘을 만큼은 뜨지 못했다. 그들의 UEFA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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