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메이저리그 첫 해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며 맹활약하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심각한 부상으로 시즌을 멈췄다.
옛 제자의 부상 소식을 들은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도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염 감독의 눈은 냉철했다.
강정호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미국 PNC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1회초 수비 도중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다. 강정호는 병살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대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송구 방해 태클에 왼쪽 다리를 걷어차였다.
↑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송별회를 했던 모습. 사진=천정환 기자 |
염 감독은 강정호가 부상을 당한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강정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염 감독은 “어제 밤 (강)정호한테 문자가 왔다. 수술이 잘됐다는 문자였다”고 말했다.
염 감독도 곧바로 답문을 보내 위로와 격려를 했다. 염 감독은 “어차피 지난 일이다. 네가 할 만큼 충분히 잘했다. KBO리그의 위상을 높였다. 동료와 후배, 선배들에게 길을 터줬다. 자랑스럽다”고 다독였다.
강정호의 부상 이후 태클을 했던 코글란에 대한 국내 팬들의 비난이 거셌다. 미국 현지에서도 강정호의 부상에 대한 반응이 엇갈릴 정도로 논란이 됐다. 코글란의 태클에 대한 정당성 여부였다. 전반적으로 ‘코글란의 태클은 정당했고 강정호의 부상은 불운“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안타까운 심정인 염 감독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염 감독도 ‘불운’에 무게를 뒀다. 다만 코글란과 강정호 둘 모두에게 아쉬움을 내비쳤다.
염 감독은 “코글란이 부상을 입히려는 의도의 슬라이딩은 아니었고 송구 방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슬라이딩이 늦었다. 정강이로 가야 부상을 당하지 않는데 늦어지면서 무릎이 떠서 체중의 80% 이상이 실린 채 무릎의 가장 약한 부위에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강정호의 대처가 늦었던 이유도 같았다. 염 감독은 “강정호가 대처할 시간이 없었다. 수비수는 0.1초 사이에 대처할 판단을 한다. 점프를 하거나 피해서 던지거나 해야 하는데 슬라이딩이 늦어지면서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염 감독은 강정호의 송구 동작에 대한 잘못도 지적했다. 부상의 위험성을 초래한 기본적 자세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염 감독은 “강정호의 왼 다리의 방향이 잘못됐다. 왼발을 1루 정면 방향을 향해 짚었어야 했다. 그래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염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강정호 룰’에 대한 규정 개정의 시각에도 회의적이었다. 홈과 2루는 분명 다르다는 것. 염 감독은 “너무 많은 것을 제재하면 야구의 재미가 없어진다. 홈은 정말 위험한 공간이다. 하지만 2루에서는 그런 위험성이 적다.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상황이다. 정호는 운이 없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염 감독이 강정호의 부상이 더 아쉬운 진짜 이유는 코글란의 태클 정당성 여부가 아닌 첫 시즌을 끝까지 하지 못하는 경험의 가치였다. 염 감독은 “부상은 당했고 회복을 잘하면 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정호가 KBO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하긴 했지만, 그 리그의 큰 무대 경험의 차이는 크다. 느낌과 분위기가 또 다르다. 그런 것이 제일 아쉽다”고 탄식했다.
↑ 염경엽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강정호와 송별회를 하던 날 직접 슬라이딩 시범을 보이며 슬라이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