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진수 기자] 올 시즌 NC 다이노스 에릭 테임즈(28)에게 따라다닌 수식어 중 하나는 예측 불허의 사나이였다. 갖가지 기록을 쌓아가는 모습에서 어디까지 해낼수 있을지 예측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보다 강해진 힘과 주루 능력을 갖춰 나타난 그는 마치 만화 주인공 같았다. 3할8푼이 넘는 시즌 고타율에 시즌 초부터 홈런과 도루를 동시에 쌓아가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방망이를 휘두르기만 하면 안타가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전준호 NC 주루코치는 “한국 무대 2년차인 테임즈가 상대 투수들에게 익숙해지면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예측불허는 하나씩 현실이 됐다. 테임즈는 사이클링히트 두 차례, 30(홈런)-30(도루)을 차례대로 기록하면서 KBO의 '기록 브레이커'로 떠올랐다.
↑ 에릭 테임즈가 2일 문학구장에서 KBO 최초 40(홈런)-40(도루)를 달성했다. 테임즈가 기록 달성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마지막 전대미문의 기록이 걸려있었다. 바로 KBO 최초 40(홈런)-40(도루). 테임즈는 올 시즌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 했을 때부터 40-40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당시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테임즈는 정규리그 두 경기를 남겨두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최초의 사나이가 됐다.
테임즈는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3회 시즌 40번째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미 40홈런은 지난 달 3일 마산 두산 베어스전에서 채웠다. 관심이 집중된 건 도루였다. 부담감이 컸을 테지만 40도루를 향해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전진했다.
감독도 힘을 실어줬다. 김경문 NC 감독은 “테임즈의 40도루가 계속해서 나오지 않으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 1번 타자로 기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힘을 얻은 테임즈는 34년째를 맞이한 KBO리그에 결국 첫 40-40이라는 숫자를 새겼다.
테임즈는 40-40 달성 소감 중 롤 모델이 있냐는 질문에 메이저리그를 풍미했던 '대도' 리키 핸더슨(56)을 떠올렸다. 핸더슨은 1979년부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뉴욕 양키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여러 팀을 옮겨다니면서 25년동안 1406개 도루를 기록한 대도다.
헨더슨은 오클랜드 시절인 1982년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인 130개 도루를 기록했다. 루
테임즈는 “그 당시 헨더슨이 미디어에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은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홈런의 기록도 좋았지만 도루에서 더 강렬한 인상을 기억하고 있었던 테임즈. 결국 도루로 대기록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그리고 예측불허를 현실로 만들어낸 기쁨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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