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이상철 기자] 염경엽 넥센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지난 두 번의 포스트시즌 기억을 복기했다. 창단 첫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됐지만 정상에 오르진 못했다.
넥센의 도전은 아름답게 포장됐지만 내부 평가는 달랐다. 결과적으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 ‘이 정도면 잘 한거지’라는 안일함이 부른 실패였다고. 염 감독은 7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이 점을 선수들에게 상기시켜줬다.
염 감독은 “감독만 우승하고 싶었던 것일까”라는 농담을 했다. 그만큼 두 번의 좌절이 땅을 칠 정도로 아쉬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 넥센의 고종욱은 7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7회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
넥센은 정규시즌 막판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이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해야 했다. 한 번만 이기면 되지만 두 번 지면 짐을 싸야 했다.
부담도 없지 않을 테지만 선수들은 의기투합했다. 주장 이택근은 “3위를 지켜야 한다는 게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경기력에 지장을 줬다. 그런데 한 번만 더 하는 건데 뭐 대수냐. 그렇게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더라”라며 1차전에 끝내겠다고 자신했다.
다르게 말해 1승에 대한 절박함이었다. 다음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첫 판 승리가 절실했다. 독을 품은 넥센 선수들은 “오늘 반드시 이기자”라며 파이팅이 넘쳤다. 이를 지켜본 염 감독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는 “1경기만 한다면 나쁠 건 없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니 괜찮다”라고 했다.
넥센의 의지는 강했다. 1회 김광현의 제구 난조 속에 인내심을 갖고 볼넷 4개를 얻었다. 김광현을 일찍 무너뜨릴 결정타 한방이 부족했지만 1회에만 31개의 공을 던지게 한 건 성과였다. 김광현이 3회부터 되살아났으나 긴 이닝을 던지긴 힘들었다. 마운드 위의 김광현을 볼 수 있는 건 5회까지였다.
5회는 넥센의 악몽. 집중력이 떨어졌다. 과욕이 화를 불렀다. 노히트의 밴헤켄은 장타만 3개를 맞았다. 2실점으로 막을 수 있었던 걸 3실점을 했다. 큰 경기에 작은 실수는 뼈아팠다. 여기에 총력전에서 2점 차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넥센은 무너지지 않았다. 매 이닝 위기를 맞이했지만 필승조(손승락-조상우-한현희)를 긴급 상황마다 투입하며 불씨를 껐다. 손승락은 7회 2사 만루를, 조상우는 8회 2사 1,2루 위기를 벗어났다. 가장 큰 중책을 맡긴 조상우는 오래 던지기까지 했다. 8회 등판해 10회까지 책임졌다(3이닝 49구). 시즌 1경기 최다 이닝(2⅔이닝) 및 최다 투구수(43구)를 넘어섰다.
1-3으로 뒤지던 넥센은 7회 동점을 만들었다. 한 베이스를 더 나아가겠다는 적극성이 돋보였다. 1사 1루서 고종욱의 장타에 주자 서건창이 열심히 베이스를 돌았다. 고종욱 또한 멈추지를 않았다. 1루, 2루를 거쳐 3루까지 질주했다. 그리고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을 정도로 투지가 넘쳤다. 이택근의 내야 땅볼에도 고종욱은 혼신의 힘을 다해 홈으로 향했다. 빠른 판단과 빠른 발이었다.
↑ 넥센의 스나이더가 7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11회 동점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목동)=김영구 기자 |
하지만 넥센은 포기를 몰랐다. 계속된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뒤 마지막이 될 반격 기회를 기다렸다. 첫 타자 유한준은 허무한 초구 포수 파울 뜬공 아웃. 하지만 끈기와 투지 넘친 넥센 타자들은 정우람을 물고 늘어졌다. 김민성과 스나이더의 날카로운 타구가 좌우 외야 라인 안쪽으로 떨어졌다. 장타 2방으로 4-4
무수한 위기로 계속 끌려가던 넥센이 승부의 흐름을 가져갔다. 한방이면 끝이었다. 그리고 볼넷 2개를 더해 만든 만루 찬스에서 윤석민이 4시간38분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 투지와 끈기에 마지막 순간 승리를 안기는 행운까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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