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캐나다 토론토) 김재호 특파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정규시즌 88승으로 간신히 지구 우승을 차지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93승을 거둔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먼저 2연승을 했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토론토의 우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데이빗 프라이스의 합류로 무게감이 더해진 선발진, 아론 산체스와 브렛 세실을 필두로 하는 불펜, 여기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막강한 화력을 갖춘 타선까지. 겉보기에 전력은 토론토가 더 세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양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좌완 불펜 제이크 디크맨은 “주위의 예상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25명 모두가 자신감으로 뭉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이 이들의 자신감을 배가시킨 것일까.
↑ 텍사스는 중심 타선의 침체 속에서도 오도어의 빠른 발로 득점을 냈다. 사진(캐나다 토론토)=ⓒAFPBBNews = News1 |
불펜의 힘
“이렇게 승부가 연장으로 가면 불펜이 중요해진다. 불펜이 정말 잘해줬다.” 추신수는 2차전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불펜을 지목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두 경기 불펜진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1차전에서 키오네 켈라가 호세 바티스타에게 솔로 홈런을 내준 이후 텍사스 불펜진은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2차전에서는 5명의 투수가 7이닝을 무실점으로 이끌었다.
시즌 막판 상승세를 이끌었던 주인공들이 그대로 활약해주고 있다. 켈라를 비롯해 숀 톨레슨, 제이크 디크맨, 샘 다이슨이 상대 타자와의 매치업에 따라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로스 올렌도프도 2차전 14회 마지막 이닝에 나와 탈삼진 3개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존 기븐스 토론토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즌 초반에 봤을 때도 텍사스 불펜은 강했다. 여기에 디크맨까지 가세했다”며 상대 불펜의 위력을 칭찬했다.
방망이가 안 되면 발로
텍사스는 아드리안 벨트레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고, 프린스 필더, 조시 해밀턴, 미치 모어랜드도 중심 타선에서 자기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빠른 발’ 덕분이다.
두 명의 발 빠른 선수, 델라이노 드쉴즈와 루그네드 오도어가 팀을 살리고 있다. 두 경기에서 두 선수가 합작한 득점은 8득점. 이번 시리즈 텍사스가 낸 전체 득점이 11점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활약이다.
특히 오도어의 활약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날도 그의 활약이 빛났다. 2회 1사 3루에서 핸서 알베르토의 뜬공 타구가 멀리 나가지 못했지만, 홈 쇄도를 택했고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가 됐다. 14회에도 알베르토의 안타 때 간발의 차이로 득점을 만들었다.
오도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타석에 섰을 때 느낌이 편안하다. 출루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득점을 하는 것이다. 팀의 승리를 돕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샘 다이슨을 비롯한 불펜진이 눈부신 활약을 해주고 있다. 사진(캐나다 토론토)=ⓒAFPBBNews = News1 |
하늘도 도왔다?
텍사스를 도운 외부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토론토 하늘이다. 경기가 열린 이틀 동안 토론토 지역에는 비 예보가 있었다. 개폐식 돔구장인 로저스센터는 두 경기 모두 지붕을 닫고 경기를 진행했다.
로저스센터는 지붕 개폐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구장이 된다. 토론토 구단 자료에 따르면, 이번 시즌 토론토 타자들은 로저스센터 지붕이 열린 42경기에서 91개의 홈런을 때린 반면, 지붕이 닫힌 25경기에서는 31개를 치는데 그쳤다. 성적도 열었을 때 38승 14패, 닫았을 때 11승 14패로 대조를 이뤘다.
토론토 타자들은 지난 2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때리는데 그쳤다. 텍사스와 비교해 이점을 갖고 있는 장타력이 전혀 살아나지 못했다. 2
3차전이 열리는 글로브라이프파크는 어떨까? 텍사스가 홈 이점을 안고 싸우기 때문에 절대 유리하지만, 토론토에게도 싫은 장소만은 아니다. 토론토는 지난 8월 이곳에서 열린 원정 3연전에서 6개의 홈런을 때리며 2승 1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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