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색다른 가을을 꿈꾸게 한 하루였다. 두산 외야수 김현수(27)가 그간 가을 부진을 씻는 활약을 펼쳤다. 자신 있게 내뱉은 ‘핵 선언’의 효과가 포스트시즌 첫 경기부터 발휘됐다.
김현수는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 준플레이오프 넥센과의 1차전서 좌익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4-3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두산 타선의 핵심은 단연 김현수였다. 경기 전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양 팀 선수와 감독을 비롯 김현수 스스로도 자신을 키 플레이어로 꼽을 정도. 김현수는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는 핵이 중요한데 제가 핵인 것 같다. 문제는 넥센으로 터트리느냐 우리한테서 터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하면서 스스로를 ‘핵’에 비유했다.
사실 그동안 가을 야구에서의 활약상(?) 덕분에 김현수는 매 포스트시즌의 키 플레이어가 됐다. 김현수는 전날 경기 전까지 통산 포스트시즌 58경기 출장해 타율 2할6푼2리로 정규리그의 활약상을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포스트시즌 통산 병살타 9개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중요 승부처에서 주로 찬물을 끼얹었다.
↑ 두산 외야수 김현수의 가을 야구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김영구 기자 |
하지만 이날의 김현수는 과감했다. 상대 진영에 핵을 연이어 투하했다. 김현수는 선발 투수 양훈을 상대로 빠른 볼카운트에서 방망이를 거침없이 휘둘렀다. 1회 2사 1루에서 양훈의 2구째를 받아 쳐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4회에도 다시 양훈의 초구를 노렸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정면을 향했다.
마운드 상대가 바뀌어도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넥센의 ‘믿을맨’ 조상우에게도 8회 1사 후 우중간 안타를 빼앗았다. 아쉬운 점은 멀티 히트가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
하지만 2-3으로 뒤진 9회 극적인 순간 힘을 보탰다. 이번 타석만큼은 평화주의자가 됐다. 핵을 상대 진영에 투하할 필요가 없었다. 상대가 알아서 핵을 피했다. 김현수는 그저 방망이를 한 번 휘둘렀을 뿐. 나머지 공 4개를 그대로 지켜보면서 조상우에게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이 볼넷으로 연장에 돌입한 두산은 10회 대타 박건우의 끝내기 안
예년과는 다른 출발이다. 김현수는 멀티 히트로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9회 밀어내기 볼넷 과정에서는 침착하게 공을 기다렸다. 첫 경기부터 방망이를 예열했다. 다음 경기에서의 부담감은 줄었다. 색다른 가을을 만들기 위한 김현수의 '핵 선언‘은 지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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