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100% 득점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LG는 올 시즌에도 심각한 타격 난조를 보였다. 팀 타율은 2할6푼9리에 머무르며 9위로 처졌고, 타점(601개)과 득점권 타율(2할4푼5리)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LG 선수들은 올해에도 여전히 득점권 찬스에서 위축됐다. 과연 내년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그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바로 멘탈 진화를 통해 노리고 있다. 그 시작점은 LG를 떠났다가 타격 인스트럭터로 돌아온 외국인 선수 잭 한나한(35) 효과다.
↑ LG 트윈스 인스트럭터로 돌아온 메이저리그 베테랑 출신의 잭 한나한. 사진=정일구 기자 |
이병규(7번)와 문선재가 지난 12일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가진 한나한과의 타격 훈련 이후 가장 인상적으로 머릿속 기억에 남긴 말이다.
한나한은 지난 9일부터 LG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LG 구단의 권유로 단숨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무료 재능기부다. 한나한의 열정은 대단했다. 메이저리그 15년차 베테랑 출신의 한나한은 기술보다는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선수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한나한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부터 LG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각 선수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을 관찰했다. 평소 몸에 익은 습관 덕분이다. 이번 깜짝 방문에 한나한의 관찰력은 선수들에게 큰 깨달음으로 다가갔다.
한나한은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4할을 치고 골든글러브 50개를 받은 선수가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설명을 하고 선수들을 이해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며 첫 코치를 맡은 자신감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한나한의 첫 코칭은 훌륭했다. 한나한은 선수들을 불러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이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한나한이 가장 강조한 것은 두 가지. 타석에 들어설 때의 자신감과 목표 의식이 있는 생각하는 타격이었다.
한나한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내 배트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계획한대로 쳐라. 실패하면 다음 타석에서 또 그대로 도전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훈련 방식도 비슷했다. 선수들 스스로 계획된 상황과 타격 방향, 타격의 질을 정한 상태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이후 끊임없는 소통으로 선수들이 스스로 깨닫게 만들었다.
단 3일차에 불과했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만점이었다.
외야수 이병규(7번)는 “조금 놀랐다. 난 정말 편하다.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준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대부분이 멘탈에 관련된 부분이다.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이 많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이병규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주자가 3루에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선 타자보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압박을 훨씬 더 느낀다’였다. 나는 침착하게 내가 계획된 타격을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그런 상황에서 많은 압박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간 갖고 있던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한 답변이었다.
또 이병규는 “한나한이 준비를 열심히 하고 나가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준비해서 또 나가면 되는 것”이라며 “난 주변에서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나갔었다. 그런데 그런 질책에 더 위축됐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날 한나한과 엑스트라 훈련을 통해 원 포인트 레슨을 받은 외야수 문선재도 느끼는 것이 컸다. 문선재는 “사실 기술적인 것은 많이 듣고 알던 것이 많다. 하지만 멘탈적인 부분은 잘 이야기해주던 것이 아니다. 내 배팅에 대한 컨트롤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하라고 했는데 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또 타석에서 나보다 더 압박감을 받는 것은 투수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병규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병규는 한나한의 지도에 대해 “문화의 차이가 가르쳐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표현했고, 문선재는 “한나한은 같이 생활할 때부터 메이저리그의 품격이 느껴졌던 선수다. 단순한 플레이가 아닌 모든 생활이 그랬다”고 했다.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는 이미 다시 도전하는 2016시즌이 시작됐다. 한나한이 닫혀 있던 LG의 젊은 선수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위한 돌을 던졌다.
↑ 잭 한나한 LG 트윈스 타격 인스트럭터가 지난 12일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이병규(7번)의 타격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정일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