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FC포르투 소속 루벤 네베스는 18세에 완장을 달고 UEFA 챔피언스리그를 누볐다. 18세라…. 분명 어린 나이다. 그가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다음 달 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한다.
보통 대학 1~2학년을 거쳐 프로에 진학하는 K리그에선 현실적으로 18세 주장이 나오기 어렵다. 풍토상 20~23세 선수에게 주장을 맡기는 경우도 흔치 않다. 2015시즌 기준 FC서울 차두리, 전북현대 이동국, 수원삼성 염기훈, 성남FC 김두현, 제주 유나이티드 오반석 등 각 팀 주장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다.
그렇다고 K리그 역사를 통틀어 십 대 주장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1999년부터 현재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놀랍게도 두 번이나 있다.
↑ 김성현(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1999년 이후 K리그 최연소 주장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주인공은 김성현(22, 안산)과 이강진(29, 대전)이다.
1993년생 김성현(당시 경남)은 출생 19세 5개월 7일이 되던 2012년 12월2일 울산현대 원정에서 주장을 맡았다.(울산 주장은 띠동갑 곽태휘) 당시 경남 주장 순번은 강승조-정다훤-강민혁였다. 허나 최진한 전 감독은 이미 스플릿 8강에 진입해 부담이 없던 리그 최종전, 시즌 내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던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려는 두 가지 의도로 김성현에게 완장을 맡겼다.
↑ 대전시티즌에서 주장을 맡은 이강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이강진은 태어난 지 19세 10개월 22일째인 2006년 3월19일 대구FC 원정에서 주장을 달았다. 팀에는 9살 많은 국가대표 수비수 심재원을 비롯해 선배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故 이안 포터필드 전 감독은 주장 이장관이 결장한 상황에서 일본 J리그를 거쳐 갓 입단한 청소년 대표 이강진을 믿었다. 리그 18경기 무승 부진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궁여지책’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 경기에서도 부산은 또 이기지 못했고, 포터필드 전 감독은 2주 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강진은 2013년 10월20일 대전 소속으로 7년 7개월 만에 완장을 다시 달았다. 대전으로 완전 이적한 올 시즌도 4회 주장으로 경기에 출전했다.
아래 최연소 주장 탑 20에 속한 선수 대부분은 일회성 주장이었다. 주장단 1~3 순위가 모두 결장하거나, 시즌 마감이 시점이거나, 차기 주장감의 리더십을 평가하려는 의도 등의 이유로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주장의 무게를 느껴본 선수들은 그 한두 번의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수원 시절 주장을 맛본 조성환은 전북에서 마음껏 리더십을 펼쳤다.
↑ 2011년 광주FC 초대 주장인 박기동(오른쪽)은 1999년 이후 K리그 최연소 "정식 주장"이기도 하다. 왼쪽은 팀 동료였던 이승기. 사진=광주FC |
○ K리그 최연소 주장 탑 20 (1999년~ 현재, *괄호 안은 당시 소속팀)
1. 김성현(경남) 19세 5개월 7일 vs 울산
2. 이강진(부산) 19세 10개월 22일 vs 대구
3. 이요한(인천) 20세 4개월 26일 vs 성남
4. 이요한(인천) 20세 6개월 20일 vs 전북
5. 이요한(인천) 20세 6개월 27일 vs 광주상무
6. 정조국(서울) 20세 6개월 28일 vs 울산
7. 이요한(인천) 20세 7개월 4일 vs 서울
8. 윤일록(서울) 21세 3개월 23일 vs 수원
9. 김동진(서울) 21세 5개월 7일 vs 대구
10. 박원재(포항) 21세 5개월 12일 vs 성남
11. 김동진(서울) 21세 5개월 28일 vs 포항
12. 홍철(성남) 21세 10개월 22일 vs 울산
13. 남궁웅(광주상무) 22세 3일 vs 경남
14. 홍정호(제주) 22세 15일 vs 광주
15. 김동섭(광주) 22세 18일
16. 박용준(부천) 22세 2월 29일 vs 충주
17. 최영준(경남) 22세 3월 7일 vs 전남
18. 최철순(전북) 22세 3월 19일 vs 제주
19. 조성환(수원) 22세 4월 2일 vs 인천
20. 박기동(광주) 22세 4월 11일 vs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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