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후쿠오카) 서민교 기자] ‘빅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가 가을의 사나이로 돌아왔다. 무섭게 살아난 타격감이 거침없다. 이대호가 스스로 밝힌 ‘가을의 빅보이’가 된 이유.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마음먹기 나름이었다.
이대호는 지난 24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2015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일본시리즈 1차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도 야쿠르트를 4-2로 꺾고 시리즈 1승을 먼저 챙겼다.
↑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4번 타자로 돌아온 이대호가 무서운 타격감을 과시하며 가을의 사나이로 등극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
이대호는 올 시즌 타율 2할8푼2리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일본 진출 이후 타율은 가장 낮았지만, 홈런과 타점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규시즌 막판 타격 부진이 아쉬웠다. 소프트뱅크가 일찌감치 퍼시픽리그 우승권에 접어든 탓에 긴장감이 떨어진 이유도 있었다.
이대호는 가을야구 모드로 돌아서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역시 큰 무대에 강했다. 이대호는 지바롯데 마린스와의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 3경기에서 타율 4할1푼7리(12타수 5안타) 2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3연승으로 팀의 일본시리즈행을 이끌었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1차전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포스트시즌에서만 타율 5할(16타수 8안타)을 찍는 무시무시한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대호가 가을에 더 무섭게 변한 이유는 심리적인 영향이 가장 컸다. 그는 정규시즌을 마친 뒤 쉬면서 자기반성에 들어갔다. “시즌 막판에 안 좋았다. 내가 욕심을 너무 내면서 타격 밸런스가 깨졌다. 홈런을 의식해 더 세게 치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푹 쉬면서 안 좋았던 것을 되짚었다.”
이대호는 휴식기 동안 자책과 함께 마음을 비웠다. 구단 역사상 한 시즌 최다인 90승(49패4무)으로 퍼시픽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더 큰 여유가 생겼다. 그는 “리그 우승을 했기 때문에 편안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지금은 팬들을 위한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며 “편하게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대호는 4번 타자로 복귀한 것도, 득점과 타점 등 개인 기록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타순은 전혀 신경을 안 쓴다. 난 큰 대회에서 4번 타자를 많이 해봤다. 단지 타순만 달라진 것 뿐”이라며 “팀이 이기면 되는 것이다. 누가 타점을 올리든 상관없다. 우승을 하면 선수들 모두가 다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일본시리즈에서도 타율 3할3푼3리(18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으로 활약하며 팀
올해도 소프트뱅크가 기선을 제압하며 2년 연속 챔피언 등극에 한 발 다가섰다.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 최정상의 무대에서 또 다시 팀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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