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만, 타이베이) 김원익 기자] 간절한 우규민(30, LG)이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연승 바통을 이어받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한국은 12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프리미어12) 조별리그 3차전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서 폭발한 타선의 힘과 선발투수 이대은의 호투에 힘입어 13-2, 7회 콜드게임승리를 거뒀다. 2경기 연속 대승으로 2승1패를 기록, B조 2위로 뛰어올랐다. 13일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는 대표팀은 14일 멕시코를 상대로 3연승에 도전한다. 이날 경기서 승리한다면 사실상 8강 굳히기다. 이제 보다 중요한 것은 순위표다.
이번대회는 조별라운드 순위에 따라 8강 상대가 갈린다. 보다 높은 순위에 오를수록 상대 A조의 낮은 순위 상대와 맞붙는 형식이다. 현재 B조는 일본이 3연승을 달려 1위에 올라있다. 일본에 패한 한국은 승자승 원칙에 따라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더라도 일본이 2패 이상을 당하지 않는 한 1위는 힘들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2위는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 우규민이 12일 베네수엘라전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만, 타오위안)=천정환 기자 |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베네수엘라전을 앞두고 “우규민은 어제(11일) 던지고 본인이 괜찮다고 하더라. 본인이 계속 나가려고 한다”면서 “오늘(12일) 여차하면 1이닝 정도를 던지고 추후 선발 등판을 시킬 수 있다. 경기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의 설명대로 우규민은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6회 대한민국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1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예열을 했다. 투구수는 총 26구.
경기 종료 후 김 감독은 우규민의 등판이 이뤄진 과정이 추후 선발 등판을 위한 실전 감각 점검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은 “우규민은 한국에서 치른 쿠바전서 타구를 맞아 손부상이 심했었는데 이곳에 오면서 점차 많이 나았다”면서 “이후 등판을 위해서라도 공을 던져야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을 위해서 오늘 던졌다”고 설명했다.
우규민은 앞선 쿠바와의 5일 평가전서 타구에 손을 강타 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단순 타박상에 그쳤지만 멍과 통증이 남아 등판이 계속 미뤄졌다. 하지만 경기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며 일본 삿포로 개막전 원정과 대만 예선라운드서 꾸준히 공을 던져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렸다.
김 감독의 시사 외에도 로테이션상으로도 우규민이 멕시코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4일 우규민이 등판한 이후 15일 미국과의 예선라운드 최종전에 김광현이 등판하고 이후 8강전에 장원준이 등판하는 시나리오. 대한민국이 이로테이션대로 승리까지 거둔다면 준결승에 이대은, 그리고 결승전에 다시 김광현 선발에 나머지 선발투수를 총력전으로 꺼내들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 중간중간, 선발투수들의 ‘1+1’ 카드 투입 등의 불펜 전환의 경우의 수도 가능하다. 그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규민이 멕시코전에 등판해 선발 로테이션에 힘을 보태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우규민의 등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표팀 소집 이후 쿠바전을 치를 즈음부터 우규민은 사실상 선발카드로 내정된 상태였다. 비록 조금 늦게 돌아왔지만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등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 이것을 가능케 했던 것은 결국 우규민의 간절함도 한 몫을 했다.
12일 만난 우규민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거듭 경기 출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부상 이후에도 혹시나 대표팀 명단에서 교체 될까봐 노심초사했던 우규민이었다. “맨날 걱정하고 있는 내가 제일 불쌍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통증은 많이 가신 것 같다. 공도 나쁘지 않다. 변화구를 던져봤는데 괜찮았다”며 거듭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우규민은 올 시즌 자주 국가대표에 대한 꿈을 내비쳤다.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9년만의 대표팀 승선을 이뤘다. ‘도하참사’로 명명된 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의 아픔을 설욕할 수 있는 기회인
올 시즌 25경기에 나서 11승9패 평균자책점 3.42의 개인 선발 커리어 최고 성적을 올렸다. 이제 판은 깔렸다. 우규민이 그 간절함을 마운드 위에서 온전히 풀어내는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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