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곱씹을 패배, 결국 스스로 이겨라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5 WBSC 프리미어12 우승까지 남은 건 3경기. 이제 대회 방식도 바뀌었다. 라운드 로빈이 아니라 토너먼트다. 한판만 패하면 끝이다. 그 외나무다리 승부를 앞두고 곱씹을 패배와 함께 값진 교훈을 얻었다.
한국은 지난 15일 미국에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졌다. 이 패배로 한국은 B조 3위로 미끄러졌다. 일정상으로는 B조가 더 유리했다. 준결승 이후를 떠나, 당장 8강부터 영향을 받는다.
16일 새벽 대회 조직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A조 2위 쿠바와 ‘낯선’ 타이중에서 8강을 갖는다. 타이베이에 여정을 풀었던 한국은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타오위안, 티엔무에서 예선 4경기를 치렀다. B조 2위 미국은 A조 3위 네덜란드와 ‘익숙한’ 타오위안에서 8강을 치른다.
한 번의 패배가 많은 걸 바꿔놓았다. 쿠바를 꺾고 준결승 진출 시 일본-푸에르토리코전 승자와 맞붙는다. 만약 일본이 올라갈 경우, 한국은 도쿄돔 적응도 채 못하고 겨뤄야 한다. 마에다 겐타(히로시마)가 8강에 나서면, 한국전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의 오오타니 쇼헤이(닛폰햄)가 준결승에 출격할 예정이다.

↑ 15일 프리미어12 예선 미국-한국전, 연장 10회 2사 1루서 주자 프레이저(왼쪽)의 도루는 아웃이 아닌 세이프 판정이었다. 오심이었다. 그리고 프레이저는 아이브너의 우전안타에 홈을 밟고 결승 득점을 올렸다. 오심에 운 한국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끝낼 기회를 놓친 한국이었다. 사진(대만 티엔무)=천정환 기자

억울하고 분한 패배다. 한국은 명백한 오심 때문에 경기를 그르쳤다. 연장 10회 아담 프레이저의 2루 도루는 완벽한 아웃이었다. 그러나 합의 판정이 없는 대회 규정상, 판정 번복 없이 속행됐고 이에 흔들린 우규민(LG)이 브렛 아이브너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아웃됐어야 할 주자 프레이저가 홈을 밟았다. 결승 실점. 한국은 맥이 빠졌고, 결국 이 1점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의미있는 건 이 억울한 패배로 탈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프리미어12를 마감했다면,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오심의 피해로 눈물을 머금고 짐을 싸야 했던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최대 3경기에 또 벌어질 수 있다. 앞일은 모른다. 한국은 졌지만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런 암초에 굴하지 않을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애초 오심까지 끌고 갈 경기가 아니었다. 한국은 두 번의 만루 위기를 막고서 0-2로 뒤진 7회 민병헌(두산)의 동점타가 터지며 분위기를 가져갔다. 미국 마운드는 제크 스프루일이 강판된 뒤 급격히 흔들렸다.
특히, 9회 오재원(두산)의 안타와 민병헌의 볼넷, 황재균(롯데)의 안타로 1사 만루 끝내기 찬스를 잡았다. 외야 큰 타구 하나면 경기 종료였다. 하지만 나성범(NC)과 정근우(한화)는 연속 범타.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승부치기의 반격 기회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은 정규이닝 내 스스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나성범이나 정근우가 결승타를 쳤다면, 연장 10회 오심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타선은 도미니카공화국전과 베네수엘라전 같은 응집력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게 부른 ‘화’이기도 했다. 2루심의 오심을 탓하기 전,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려봐야 한다. 승부를 가르는데 행운과 불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실력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은 분명 오심의 피해를 봤다. 그리고 그 여파가 어땠는지도 체감했다. 값진 교훈이자 경험이다. 토너먼트는 패하면 끝이다. 애초 싹을 잘라야 한다. 흐름의 물결을 타고 만든 찬스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아주 당연하지만 그게 승리의 기본 공식이다. 8강 쿠바전을 앞두고, 미국전 패배를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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