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만, 타이중) 김원익 기자] “계속 대표팀의 그림자 역할인 것 같다. 나도 한 번 쯤은 태양이 되어 보고 싶다.”
우규민(LG)이 거듭된 불운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런 불운을 웃음으로 훌훌 털어냈지만 ‘한 번 쯤은’ 그림자가 아닌 태양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내비쳤다.
우규민은 15일 대만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프리미어12) 예선라운드 5차전에 연장 10회 승부치기 상황에 등판해 선두타자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명백한 오심이 나온 이후 흔들려 브렛 아이브너에게 적시타를 맞고 쓰린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한국과 쿠바와의 8강전이 열리는 16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만난 우규민은 “나한테 액이 꼈는지 나만 계속 이 모양이다”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 사진(대만, 타이중)=천정환 기자 |
마운드에 오른 우규민은 침착했다. 선두타자 프레이저에게 3루수 방면의 얕은 뜬공을 이끌어냈다. 만약 잡았다면 아웃카운트 1개만 늘어나는 상황. 인필드 플라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노렸다. 타구가 바운드 되길 기다려 잡은 이후 3루로 연결해 병살타를 이끌어내면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침착하고 영리한 우규민의 수비가 돋보였던 장면.
16일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우규민의 수비는 미국에서도 많이 놀랐을 만했다. 그 순간 그런 것을 떠올려 아주 침착하게 잘 잡아서 더블플레이를 연결했다”라며 “그런데 이후 상대 2루 도루 때 아쉬운 상황(오심)이 나와서 실점을 하게 됐다”며 우규민의 수비를 칭찬하기도 했다.
전날 등판 상황에 대해 우규민은 “당연히 어떤 투수가 동점 승부치기 무사 1,2루 상황을 좋아하겠나”라면서도 “내가 그런 곳이라도 쓸 데가 있구나 싶어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라며 의욕넘치게 등판했던 마음을 전했다.
놀라운 수비에 대해서는 “어느 팀이라도 그런 훈련을 따로 할 것이다. 시즌 중에는 어지간해서 그 상황이 안오는데 어제 그런 상황이 마침 생겼다. 미리 생각하지 않았으면 흔들릴 수 있었는데 늘 그런 경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흔들림 없이 수비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상대 주자의 발이 정근우의 글러브에 막힌 명백한 오심. 하지만 우규민은 “아니다. 결국 투아웃에서 내가 막았어야 했다”면서 “막지 못했던 나의 잘못”이라며 전날 실점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올 시즌 선발 전환 이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국가대표에 뽑히고 싶은 간절함도 컸고 준비도 잘 치렀다. 하지만 4일 쿠바와의 평가전서 구리엘의 타구에 손을 맞고 모든 것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규민은 “나만 자꾸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다. 액운이 있는 건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내가 대표팀의 액운을 혼자 전담하고 있다”며 농담을 섞어 웃어보였다.
그렇게라도 대표
결과가 좋으면 결국 다 좋은 것이라는 것이 우규민의 생각. 그렇지만 여전히 한 번의 기회는 더 기다리고 있다. 대표팀과 함께 빛날 수 있는 밝은 태양이 되길 기다리는 우규민의 마음이었다.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