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이상철 기자] 2015년 11월 19일의 도쿄대첩은 기적의 승리였다. 그리고 한국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최고의 순간이 됐다.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던 놀랍고 엄청난 경기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의 ‘묘미’를 보여줬다.
희열은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하루 뒤 다시 도쿄돔의 3루 더그아웃에 자리한 김인식 감독도 끊임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 승리에 대한 뒷이야기를 풀었다.
누구도 믿기 힘든 일본의 패배였다. 한국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나 일본도 너무 경직됐다. 김 감독은 “3시간 동안 경기를 지배한 일본이 어제 패할 거라고 누가 알았을까. 딱 5분이었다. 그 사이 흐름이 뒤바뀌었다. 9회 연속 대타 카드가 성공했다. 그냥 무사 1,2루 상황인 데도 일본이 크게 흔들리는 게 보이더라”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김재호는 19일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에서 4회 시마 모로히로의 내야 땅볼을 병살타로 연결하려다 송구 실책을 했다. 이 실책으로 한국은 0-1이 아닌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오오타니의 조기 강판을 부른 ‘한 수’가 됐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일본 언론은 일본의 패인으로 고쿠보 히로키 감독의 투수 교체 실패를 들었다. 7이닝 1피안타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친 오오타니를 너무 일찍 바꿨다. 오오타니의 투구수는 85구였다. 경기 후 오오타니도 최소 8회까지 책임지고 싶었다는 속내를 밝혔다. 일본 취재진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집중 포화로 고쿠보 감독을 압박하기도 했다.
오오타니의 이른 강판은 김 감독에게도 ‘감사한’ 일이었다. 김 감독은 “(당연히)더 길게 던질 줄 알았는데…”라며 의아해했다. 이어 “잘 내려갔다. 다른 투수와 차이가 나니 차라리 낫겠다라고 싶었다. 오오타니의 공만 상대했던 타자들에게 다른 투수의 공은 똑같이 치기 어렵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오타니의 이른 강판 수훈(?)으로 유격수 김재호(두산)의 실책을 들었다. 김 감독은 “4회 김재호의 실책이 없었다면 0-3이 아닌 0-1이었다. 만약 일본이 3-0이 아닌 1-0으로 리드한 상황이었다면, 오오타니를 그렇게 빨리 바꿨을 지는 의문이다. 그런 투수 운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3점 차였기 때문에 오오타니를 빼고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를 내세웠다”라고 말했다. 김재호의 실책에 따른 추가 실점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한국은 8회까지 1안타의 빈공에 시달렸다. 답답했다. 그 활로를 뚫은 건 대타였다. 오재원(두산)과 손아섭(롯데) 중 누구를 먼저 쓸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오재원을 택했다. 그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김 감독은 “오재원이 손아섭보다 빠른 데다 루상에 주자가 없다면 스윙이 부드럽더라. 반면, 손아섭은 주자가 있을 경우 더 낫다고 봤다. 그래서 오재원이 이닝의 선두타자로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오재원과 손아섭의 연속 안타 뒤, 정근우(한화)의 2루타로 무득점을 깼다. 일본전 17이닝 연속이었다. 이어 이용규(한화)의 사구로 만루를 만든 뒤 김현수(두산)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이대호(소프트뱅크)의 2타점 적시타로 4-3 승부를 뒤집었다.
↑ 김현수는 19일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에서 9회 무사 만루에서 마쓰이 유키를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1-3의 스코어는 2-3이 됐다. 김인식 감독은 이때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김 감독은 “일본 내야진이 홈 승부를 하려고 전진 수비를 하더라. 마지막 공격을 남겨놓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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