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이상철 기자]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은 21일 세계 챔피언이 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도 이루지 못했건만, 이제 막 테이프를 끊은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위대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각종 악조건을 이겨냈다. 한국은 준결승 일본전에 이어 결승 미국전서도 승리했다. 예선라운드에서 씁쓸한 패배를 안겼던 그 팀들이었다. 설욕이 참 통쾌했다. 하나씩 뚫을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 전율 속에 한국은 그 누구보다 가장 높은 곳에 도달했다. “대.한.민.국.~” 그게 도쿄돔 내에서 울려 퍼졌다. 아주 오래도록.
통쾌한 우승이다. 모두의 예상을 깼다. 그리고 빚을 남기지 않았다. 1패씩을 안겼던 일본, 미국을 차례로 준결승 토너먼트 이후 만나 깨끗하게 되갚았다. 한국이 프리미어12에서 못 이긴 팀은 없었다. 한 번이라도 맞붙었다면. ‘복수의 드라마’였다. 장르도 다양했다. 속이 시원했다.
↑ 한국은 새로운 세계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마음의 빚은 남아있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한국은 일본을 이겼지만, 오오타니에게 졌다. ‘한국만 만난’ 오오타니는 진짜 ‘무적’의 에이스가 됐다. 그리고 한국은 그 위력을 실감했다. 직접 당해보면서.
오오타니라는 큰 산은 우승으로 가는 최대 길의 최대 고비였다. 김인식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오오타니의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전이 정말 힘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거꾸로 이야기 해, 일본은 토너먼트 들어 딱 1이닝을 못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1패로 우승을 놓쳤다.
한 명이 아니다. 수준급 투수에게 혼이 단단히 났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루이스 페레스, 미국의 제크 스프루일에게 농락당했다. 두 번째가 없어 판단을 유보할 뿐. 한국이 결승에서 미국에 낙승을 거뒀던 원동력 중 하나가 스프루일과 재대결이 없기도 했다. 스프루일은 예상을 깨고 결승 한국전이 아닌 준결승 멕시코전에 나갔다.
스프루일은 오오타니만큼은 아닐지언정 예선에서 공략에 실패했던 투수였다. 한 야구 관계자는 “(결승 선발 등판하는)잭 세고비아는 스프루일보다 제구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세고비아는 사사구 3개를 범했다. 그리고 피안타도 4개. 조기 강판이었다. 악재 하나를 덜게 된 셈이다.
뒤집어 스프루일이 준결승이 아닌 결승에 뛰었다면, 어땠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상황일지 모른다. 그 야구 관계자는 “타자들이 스프루일의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라며 또 한 차례 고전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까지 쉽게 흐름을 가져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단기 레이스다. 그리고 토너먼트다. 가장 중요한 건 ‘팀의 승리’다. 그리고 한국은 그걸 3번 연속 쟁취했다. 승리, 승리, 그리고 승리. 토너먼트의 3승은 우승을 노래했다. 그러나 마음의 빚은 분명 남아있다. “빠른 타이밍의 계투로 톡톡히 재미를 봤으나 (한국보다 수준 높았던)일본 투수진은 정말 부럽더라.” 김인식 감
새로운 세계챔피언의 탄생이다. 하나하나 꼬집으면, 무결점 우승이란 게 있을 수 없다. 불가능하다. 현실은 냉정하며 녹록치 않으니까. 하지만 그게 마주한 진짜 현실이기도 하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