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손아섭(27·롯데)이 프리미어12 우승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입소 준비를 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 중 여유가 가장 없다. 손아섭이라서 더 걱정이 크다.
손아섭은 지난 22일 국위선양을 하고 입국했다. 21일 막을 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의 주역이었다. 이번 한국 야구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평가됐으나 환상적인 팀워크로 쿠바, 일본, 미국을 차례로 꺾고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해 감동을 안겼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한국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아직 누구도 메이저리그행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각각 선수 개인마다 입장차는 분명했다.
↑ 2015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22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 대표팀 손아섭이 입국게이트를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박병호 외에 이대호(소프트뱅크)와 오승환(한신), 김현수는 포스팅이 아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대호와 오승환은 이미 협상을 벌이고 있고, 김현수는 이번 대회 종료와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이대호와 오승환은 일본 무대를 평정하며 기량을 입증한 상태다. 이대호는 올해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오승환도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을 차지했다. 둘은 이미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금액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보는 앞에서 프리미어12 초대 MVP에 등극하며 국제용 외야수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김현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손아섭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손아섭이 매력적인 외야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손아섭은 포스팅 절차를 거쳐 최고 입찰액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금액이 중요하다. 포스팅 수용에 대한 결정권은 롯데 구단에 있다. 롯데 구단은 손아섭의 포스팅 금액 수준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았다. 최고 입찰액이 나온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손아섭은 야구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을 앞두고 일정도 꼬인 것이 문제다. 손아섭은 입국 후 단 하루 휴식도 없이 23일 곧바로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과 함께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다.
롯데 구단과 손아섭은 애매한 일정 때문에 16일(이한 한국시간) KBO에 포스팅 공시 요청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20일 발표 이후 손아섭이 입소하기 전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말이 끼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업무상 문제로 날짜가 지연돼 포스팅 공시일이 18일이 됐다. 이 때문에 포스팅 응찰 마감 시한도 24일 오전 7시로 연기됐다. 손아섭이 입소한 이후다. 롯데 구단과 손아섭이 충분히 상의할 수
손아섭의 예상 금액은 250~500만 달러 사이다.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롯데 구단과 손아섭이 직접 만나 의견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병역 혜택과 프리미어12 우승을 누린 손아섭은 환희 대신 불안한 심정을 품고 공주행 버스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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