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이번에도 2위였다. 프로 2년차, 그리고 풀타임 첫 해 ‘포스트 강정호’로 자리매김했으나 마지막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시즌 후 각종 시상식에 참석했으나 그는 늘 빈손이었다. 신인상부터 시작해 골든글러브까지. 개표를 하니 번번이 2위였다.
김하성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넥센의 유격수는 약점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김하성이 윤석민을 밀어내고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까지 60경기만 뛰었던 그다. 타석에 설 기회는 더욱 없었던 백업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 140경기에 출전했다. 교체 출전이 아닌 줄곧 선발 출전이었다. 넥센 타자 가운데 140경기 소화는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와 김하성, 둘 밖에 없다. 잘 했으니 기회가 주어졌다. 타율 2할9푼 148안타 19홈런 22도루 73타점을 올렸다. 20홈런-20도루에는 홈런 1개만 모자랐다.
↑ 김하성(오른쪽)은 신인상에 이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에서도 2위로 수상하지 못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옆 자리에 앉았던 박병호는 “(김)하성이가 홈런 및 타점도 많이 올린 데다 주전 유격수로 공헌도도 높다. 그런데 신인상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라고 아쉬워했다. 후배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랐다. 김하성은 그날 따로 말을 남기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후 수많은 시상식이 열렸고, 수많은 신인상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구자욱의 독식. 김하성은 단상에 오르지 못했다. 무관이었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상, 골든글러브에 대한 기대감은 내심 컸다.
지난 8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는 김하성의 부모님도 자리했다. 함께 미용실을 가 멋도 냈다. 아들이 첫 황금장갑을 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을 터.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김하성은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신인상 경쟁에서 앞섰던 구자욱은 유격수가 아닌 1루수 부문이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김재호가 그의 상대였다. 타율 및 수비율에서 뒤졌을 뿐. 개인 기록만 살폈을 때, 충분히 해볼 만했다. 하지만 시장자가 호명한 건 김하성이 아닌 김재호. 김하성은 110표를 획득, 188표의 김재호에 78표가 뒤졌다.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표차는 컸다.
2주 전보다 아쉬움과 실망감은 더욱 컸다. 골든글러브만큼은 받고 싶었다. 그래도 끝이 아니기에, 그리고 이제 시작이기에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났다. 그러면서 김하성은 다부진 각오를 남기고 부모님과 함께 퇴장했다. “내년에는 더 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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