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9일 오후, 박한길(21)의 휴대폰은 시쳇말로 불이 났다. 롯데 자이언츠가 자유계약선수(FA) 심수창의 한화 이글스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박한길을 지명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것. 집에서 쉬던 박한길도 지인의 연락을 받고서야 롯데행을 알게 됐다. 지난 7월에서야 동기보다 늦게 프로 데뷔를 치렀는데, 동기보다 빨리 이적을 경험하게 됐다.
박한길은 한화의 20명 보호선수 명단에 빠졌다. 이제 프로 10경기만 등판한 신예 투수가 그 비좁은 자리에 들어서긴 힘들 수밖에. 그리고 명단 밖에 나온 박한길을 롯데가 잡았다.
휴대폰 너머의 박한길은 덤덤한 반응이다. 박한길은 “내가 보호선수 명단에 빠질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래도 롯데의 지명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갑작스레 이적하게 됐지만 솔직한 내 심정은 괜찮다”라고 말했다.
↑ 박한길은 이제부터 롯데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는다. 사진=MK스포츠 DB |
서화초-동인천종-인천고를 나온 박한길은 빠른 공이 최대 강점. 스스로 ‘무식하다’라고 표현하나, 그만큼 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윽박지른다. 올해 최고 구속은 154km(2군 경기). 기나긴 재활 과정을 거치며 몸을 만드니 150km 초반이었던 구속도 빨라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투수다. 2013년 11월과 2014년 7월, 두 차례 팔꿈치 수술 탓에 빛이 보이지 않는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재능은 갖췄다. 한화의 김응용 전 감독과 김성근 현 감독 모두 박한길의 재능을 높이 샀다. 그의 빠른 공은 매력적이었다.
지난 4월 17일 퓨처스리그 경찰전을 통해 첫 투구를 한 박한길은 3개월 뒤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리고 7월 26일 대전 삼성전에 2-7로 뒤진 9회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프로 데뷔 무대였다. 2사 후 나바로에게 2루타를 맞고 첫 실점을 했지만 그에게 매우 의미있는 경기였다.
박한길은 “그날 어머니께서 대전구장에 오신 걸 뒤늦게 알았다. 어머니께서 (내가 투구하는 걸 보시며)우셨는데, 나도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 뒤에도 9경기를 더 등판해 13⅔이닝 평균자책점 8.56으로 첫 시즌을 마쳤다.
박한길은 완성형 투수가 아니다. 가공되지 않은 옥석이다. 스스로도 프로 무대를 밟은 뒤, 프로와 아마추어, 그리고 1군과 2군의 차이를 느꼈다. 그리고 더욱 성장해야 하는 건 박한길의 몫이다. 롯데가 바라는 것처럼.
박한길은 “프로는 모든 게 다르다. 난 많이 부족하다. 제구도 보완해야 하며, 속구 위주로 승부해 결정구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결국 내가 잘 해야 (롯데에서도)기회가 온다. 백 번 말하기보다 한 번 제대로 보여준느 게 중요한 거 아니냐”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한길은 인천 출신이다. 롯데는 부산을 연고로 한다. 한화는 지난 9월 12일과 13일 롯데와 원정경기를 가졌으나 박한길은 부름을
그래도 왠지 부산과 인연이 있었나 보다. 박한길은 “올 겨울 시간을 내서 친구들과 부산여행을 가려고 계획했는데”라며 롯데행 소식에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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