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후반 43분 혼전 상황이었다. 상대 박스 부근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의 잇따른 슈팅을 스토크시티 선수들이 육탄방어를 막았다. 스코어 1-1 이어서 한 골을 더 넣으려는 공격자와 어떻게든 이번 공격을 막고 역전골을 넣으려는 수비자가 팽팽히 맞섰다.
코너킥에서 비롯한 공격 장면이어서 박스 안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청용은 멀찍이 떨어져 상대의 역습에 대비했다. '우당탕' 끝에 공이 운명처럼 박스 외곽 우측 대각선 지점에 머물던 이청용에게 흘렀다. 이청용은 주저하지 않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펑.
공은 오른발 인사이드에 정확히 맞고 상대 골문 좌측 구석으로 강하게 날아갔다. 임팩트가 워낙 좋았고, 공에 회전까지 먹으면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방을 펼치는 스토크 골키퍼 잭 버틀란드의 손이 닿지 않은 곳까지 날아갔다. 그렇게 골망을 흔들었고, 이청용은 승리의 영웅이 되었다.
↑ 크리스탈 팰리스 소속 이청용이 20일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서 화려한 부활포를 터뜨렸다. 사진=AFPBBNews=News1 |
2009년 입단해 2014년까지 머문 볼턴 원더러스에선 자주 볼 수 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크리스탈 팰리스로 옮긴 뒤, 더 정확히는 치명적인 장기 부상 이후로는 통 볼 수 없었다. 그 스스로 한동안 부상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크리스탈에선 야닉 볼라시에와 윌프레드 자하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앨런 파듀 팰리스 감독은 이청용을 주로 후반 교체자원으로 활용했다. 이날도 같았다. 볼라시에, 자하, 제이슨 펀천이 선발로 나섰고, 1-1 팽팽하던 후반 36분이 되어서야 이청용이 그라운드에 투입했다. 사실 9분은 무언가를 보여주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앞서 이청용은 비슷한 상황 속에서 리그 7경기에 나서 골맛을 보지 못했었다.
이날은 달랐다. 어쩌면 코너킥이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수비수 몸에 맞고 흐른 공이 이청용이 대기하던 반대편으로 흘렀다면 경기도 1-1로 종료할 가능성이 컸고,
"지난주 우리 팀은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우리 팀은 강하며 매 경기 리그에서 자신감이 있다. 저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 경기 후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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