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윤)길현이가 제 방졸이었습니다.”
‘락앤락’ 손승락(33)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교 1년 후배 윤길현과 롯데 자이언츠에서 해후했다. 그것도 15년만에.
올 시즌 스토브리그의 이슈메이커는 단연 롯데다. 그 중심에는 윤길현과 손승락이 있다. 올해 뒷문 불안으로 ‘롯데시네마’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었던 롯데 불펜은 FA시장에서 윤길현과 손승락을 붙들며 겨울야구의 승자로 올라섰다.
↑ 대구고 1년 선후배 사이인 손승락(왼쪽)과 윤길현(오른쪽)이 롯데에서 다시 뭉쳤다. 이들의 동문애에 롯데시네마도 해피앤딩극의 비중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번 스토브리그 화제의 중심이었던 손승락은 “(롯데 입단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사실 길현이가 먼저 롯데와 계약을 한 뒤 전화를 해서 ‘형, 롯데로 오십쇼’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9일 롯데는 4년간 총액 38억원에 윤길현과 계약한 뒤, 다음날 4년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7억원)에 손승락을 영입했다. 물론 손승락이 윤길현의 강한 요구 때문에 롯데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손승락은 “롯데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윤길현과의 한 팀에서 만나게 된 점에 대해서 "고교 졸업 이후, 처음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 아니냐. 당연히 반갑고, 설렌다"고 덧붙였다.
고교시절에는 윤길현이 손승락의 뒤치다꺼리를 했지만, 이제 손승락이 윤길현의 뒤를 지켜야 한다. 롯데는 윤길현을 셋업맨, 손승락을 마무리로 기용할 방침이다. 손승락은 “꼭 길현이라서가 아니라 마무리 투수라면 궂은일을 맡을 수밖에 없다. 넥센에서도 많은 이닝을 던졌고, 승계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기억이 많다”며 “팀을 위해서 승리를 지키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손승락은 롯데에서의 새출발을 위해 일주일에 6일 운동을 하고 있다. 넥센에서의 룸메이트인 조상우(21)가 손승락과 함께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손승락은 롯데에서 룸메이트가 누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글쎄요. 설마 길현이겠습니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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