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와 야마이코 나바로의 결별이 현실이 됐다. 문제아였지만 역대 최고 수준의 외인타자였던 것도 분명했다. 나바로의 공백은 과연 얼마나 클까.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25일 “지바 롯데가 새로운 외국인타자 나바로와 막판 협상 중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이미 11월에도 보도가 나왔던 내용으로, 지바롯데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졌던 나바로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반대로 삼성은 당장 주전 2루수와 외국인 거포를 잃고 새로운 외인타자를 구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영입전에서 밀린 내용만은 아니다. 삼성도 평소 나바로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사실 이런 불화의 조짐은 꽤 오래된 일이다.
2014년 삼성 입단 첫해 직후 가진 괌 스프링캠프 훈련에서도 나바로는 류중일 삼성 감독의 눈밖에 났을 정도로 불협화음이 있었다. 평소 외국인 선수에게까지 강한 규율을 요구하는 스타일이 아닌 류 감독의 눈에 보기에도 나바로의 훈련태도나 자세가 불성실했기 때문. 특히 수비 훈련 등을 등한시하는 태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나바로가 집중력 없는 모습으로 계속 실책을 범하자 캠프 초기 류 감독은 이른 외국인 선수 교체까지 떠올렸을 정도였다.
↑ 문제아였지만 역대 최고 수준의 외인 타자였던 야마이코 나바로. 사진=MK스포츠 DB |
그럼에도 실력만큼은 충분히 두드러졌기에 나바로는 다시 기회를 얻었다. 코칭스태프의 따끔한 질책과 선수들의 따뜻한 포용에 나바로도 노력을 기울렸다. 결국 그렇게 2014년 좋은 성적을 올리며 팀에 적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4년 시즌 후에도 재계약이 지지부진했고, 삼성이 나바로의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에 찾아가는 정성과 상향된 제시안을 보이자 그제서야 계약하기도 했다.
2014시즌에도 종종 보이지 않는 ‘부상’이 생기곤 했던 나바로는 2015시즌 전반기 이상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타율이 2할 초중반대로 반토막이 났고, 스윙도 홈런만을 노리는 듯한 모습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나바로가 훈련 시간에 지각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선수단내 위화감이 생겨났다.
시즌 중 당장 나바로만한 외인을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펀치력은 여전했기에 삼성도 교체를 주저했다. 그럼에도 전반기 삼성 코칭스태프가 나바로에 대해 느꼈던 난처함은 적지 않았다.
그런 골칫덩어리였던 나바로는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홈런포를 쏘아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140경기서 타율 2할8푼7리 48홈런 126득점 137타점 22도루(6실패)라는 외인 역대 최고 수준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48홈런은 KBO리그 2루수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이었고, 외인 타자 역대 최다 홈런이기도 했다. 태도를 차치하면 실력에서만큼은 나바로는 그간 KBO리그를 거쳐간 타자 중에서 한 손에 꼽을 만 했다.
공격뿐만이 아니다. ‘최선을 다할 때’ 수비력도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나바로가 거포들이 많은 1루수나 외야수 출신이 아닌 센터라인의 2루수라는 점도 매우 가치가 높은 부분이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유격수와 2루수를 소화했던 나바로는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집중력이 다소 떨어졌음에도 갖고 있는 재능이나 툴 자체가 워낙 남달랐던 것. 건성건성으로 플레이하는 듯한 나바로의 수비 내용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삼성 코칭스태프도 그 실력만큼은 인정할 정도였다.
선수의 가치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WAR(Wins Above Replacement)라는 지표가 있다. 대체선수(replacement player)에 비해 해당 선수가 얼마나 많은 승리에 기여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종합적인 선수 가치를 통합 표현하는 지표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나바로는 지난 2014시즌 6.38로 리그 7위, 2015시즌 7.33으로 3위에 올랐다.
2년 도합 13.71에 달하는 WAR는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의 외인으로 꼽히는 에릭 테임즈(NC)의 2년 간 기록인 18.30에만 뒤질 뿐이다. 국내선수까지 통합해도 비교선수를 찾기 쉽지 않을 정도다.
결국 삼성의 새로운 오프시즌 과제는 그런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 것이 됐다. 마운드 약화가 현실이 된 상황. 당장 50개에 가까운 홈런이 빠지는데, 거포 내야수였던 박석민(NC)의 이탈까지 이중고다. 올 시즌 삼성의 팀내 타자 WAR순위 1위가 나바로, 2위가 박석민(6.71), 3위가 최형우(5.59)였다. 이들이 동시에 팀내 선수 종합 1~3위에 올랐을 정도로 삼성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거기에 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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