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그랜드슬램’은 올림픽·아시아경기대회·세계선수권대회·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것을 말한다. 태권도에서는 2012 런던올림픽 –58kg 은메달리스트 이대훈(24)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68kg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런 바람은 비단 태권도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대훈은 14일 태릉선수촌 오륜관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6 국가대표 훈련개시식 및 체육인 신년인사회’에서 남자 선수대표로 선서하면서 이번 하계올림픽의 간판스타로 여겨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2014년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서도 손연재(22·리듬체조) 등과 함께 대형태극기를 들고 입장한 바 있다.
행사가 끝나고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훌륭한 선수도 많은데 선서를 한다니 떨렸다”고 겸손해한 이대훈은 “리우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목표”라고 인정하면서 “런던올림픽에서 실망스러운 보여드려 아쉬운 것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때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의 난이도가 다른 대회보다 높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체급이다. 아시아·세계 선수권대회와 아시아경기대회는 남녀 각 8체급이지만 올림픽은 남녀 각 4체급밖에 없다. 선수 개인으로는 체중관리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타 대회 기준 2체급의 강자가 올림픽 1체급으로 압축되니 경쟁의 차원이 달라진다.
리우올림픽 태권도 출전권은 우선 2015년 12월 기준 세계태권도연맹(WTF) 올림픽 체급 순위 1~6위에게 주어진다. 이대훈은 –68kg 1위로 오는 4월 19~2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치러지는 아시아예선과 상관없이 본선 참가가 확정됐다.
올림픽을 제외한 주요 대회에서 이대훈의 주 체급은 –63kg이다. 해당 체급에서 2010·2014 아시아경기대회, 2011·2013 세계선수권대회와 2014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런던올림픽 –58kg 은메달에 앞서 2012 아시아선수권대회 –58kg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우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태권도 선수는 이대훈만이 아니다. WTF 2015년 12월 순위에서 –58kg 1위에 오른 김태훈(22)도 이대훈 못지않은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다.
↑ 이대훈(위)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언론간담회’ 공개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태릉선수촌)=옥영화 기자 / 김태훈(아래)이 ‘2015 그랑프리 파이널’ -58kg 우승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WTF 공식홈페이지 |
↑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태권도 출전확정선수 2015년 12월 WTF 순위 및 주요 국제대회 성적 |
-54kg이 주 체급인 김태훈은 2014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이어 2015 세계선수권마저 제패하며 최근 메이저대회 3연속 정상에 올랐다. 리우올림픽 –58kg만 우승하면 완전무결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이대훈도 2014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2015 세계선수권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랜드 슬램’ 기준 대회에서 ‘기세의 연속성’만 따지면 김태훈이 오히려 이대훈보다 낫다는 얘기다.
2008 베이징올림픽 +80kg 금메달리스트 차동민(30)은 WTF 6위로 리우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2012 아시아선수권대회 +87kg 우승도 했으나 아시아경기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 제패 경험은 없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 –46kg 챔피언 김소희(22)는 WTF –49kg 5위로 리우올림픽 본선에 합류한다. -46kg에서 2011·2013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 했으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2012년 3위가 최고 성적이다.
WTF 여자 –67kg 4위 오혜리(28)는 세계선수권 –73kg에서 2011년 준우승에 이어 2015년 정상에 올랐다. 아시아선수권대회 +73kg을 제패한 후 체급을 내려 기어코 세계를 정복한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아직 입상경험이 없다.
예선 없이 직행한 이들 5명은 다른 선수에 비해 리우올림픽 본선 대비가 한결 수월하다. 물리적인 준비 기간이 길뿐만 아니라 타국 직행 선수와 및 예선 통과 유력자
그러나 이는 반대로 리우올림픽에서 만날 상대들이 한국 본선 직행 선수들을 파훼할 기간이 충분하다는 얘기도 된다. WTF 1위이자 나란히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이대훈과 김태훈은 자신들의 타도를 목표로 하는 세계적인 강자들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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