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이상철 기자] ‘원 모어 베이스(One More Base).’ 2016년 넥센 히어로즈의 야구를 상징하는 표어다. 장타 야구를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넥센은 새로운 색깔을 칠하고 있다.
넥센은 더 이상 거포군단이 아니다. 목동구장에서 고척돔으로 집을 옮겼으며,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던 박병호를 비롯해 유한준, 스나이더 등이 떠났다. 한방에 승부를 뒤집었던 넥센의 야구는 이제 좀 더 정밀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원 히트 투 런(One Hit Two Run)’. 염경엽 감독은 고척돔의 넓은 외야 그라운드를 활용하는 뛰는 야구를 강조했다. 염 감독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1루에서 (2루가 아닌)3루까지, 2루에서 (3루가 아닌)홈까지 뛰는 (보다 적극적인)플레이가 중요해졌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프링캠프에 가서 베이스러닝을 집중적으로 지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넥센 히어로즈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및 베이스러닝 훈련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 특히, 웜업 이후 첫 훈련 프로그램은 늘 베이스러닝이었다. 사진(美 서프라이즈)=옥영화 기자 |
넥센의 야수들은 홈과 1루 중간에 위치해 좌우 타구에 맞춰 1루를 밟은 뒤 2루까지 나가려는 베이스러닝을 연습했다. 야수 선참 이택근과 외국인타자 대니 돈은 물론 메이저리거 박병호까지, 예외는 없다. 3열로 줄을 서며 자기 차례에 맞춰 뛰었다. 무작정 달리는 게 아니라 타구 위치, 야수의 포구 등을 살피는 것. 무엇보다 한 베이스를 더 나가려는 ‘의지’로 압박하는 게 중요했다. 1루와 2루 사이에 콘과 샌드백을 세워두고 보다 체계적으로 학습시켰다.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하려면)무게 중심을 앞에 둬야 한다” “한 발이 더 나간다 해서 아웃되는 건 아니니까 적극적으로 뛰어라.” “특히 우전안타와 좌전안타는 다르다. 타구가 왼쪽으로 갈 때는 더욱 과감해져라.” “공의 방향과 바운스 등 상황을 예측해 빨리 판단하고 움직여라.” “자신 만의 스텝과 리듬이 중요하다.” 등 염 감독과 정수성 주루코치의 주문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쓴 소리는 누구도 피하지 못했다. 야수가 타구를 놓쳤음에도 1루에서 멈춘 박병호는 잘못된 예의 베이스러닝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베이스러닝은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할 교보재인 셈이다. 몇 차례 지적을 받았던 한 선수는 “말씀하시는 건 잘 알고 이해했다. 그런데 막상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다듬고 익히며 만들어간다.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기 마련이다.
염 감독은 “(원 히트 투 런은)단기적으로 팀의 득점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발이 빠른 게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다. 정확한 눈과 바른 스텝을 갖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포인트만 안다면, 결코 어렵지 않다. 그 동안 중요하다고 인지하지 않아서 그렇다. 안 되면 더 해서 익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올해 시무식에서 ‘원 팀’을 강조했다. 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해 그 가치를 끌어올리자고 했다. 원 히트 투 런도 넥센의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최단 방법인 동시에 원 팀의 연장선이다.
↑ 넥센 히어로즈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및 베이스러닝 훈련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 특히, 웜업 이후 첫 훈련 프로그램은 늘 베이스러닝이었다. 사진(美 서프라이즈)=옥영화 기자 |
넥센의 베이스러닝 ‘교육’은 스프링캠프 내내 계속될 예정. 웜업 이후 첫 훈련은 늘 베이스러닝이었다. 이번 스프링캠프 첫 휴식을 마치고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는 21일, 그 훈련의 시작도 원 히트 투 런부터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